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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과 소비의 새로운 윤리를 찾다 낭비 사회를 넘어서 - 세르주 라투슈 지음, 정기헌 옮김/민음사 세르주 라투슈의 『낭비 사회를 넘어서』(정기헌 옮김, 민음사, 2014)는 ‘계획적 진부화’라는, 경영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익히 알려졌으나 일반인에게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상품 생산과 소비 양식을 다룬다. 계획적 진부화는 소비를 촉진하고 생산을 지속하기 위해 제품에 인위적으로 수명을 부여하여 강제로 폐기를 유발하고 재구매를 유도하는 것을 말한다. 처음에는 자동차, 스타킹, 면도날, 전구 등 공산품에 적용된 이 개념은 일회용품의 출현에 따라 상품 전반으로 퍼져 나갔고, 유통기한 개념이 도입되면서 농산물로 확대되었다. 더 나아가 연봉 계약직, 비정규직 노동자 등 인간 자체를 일시적으로 고용하고 폐기하는 인간적 진부화에까지 이르게 되었다.현재 우..
펭귄랜덤하우스의 탄생이 뜻하는 것(한겨레 칼럼) 지난 10월28일, 책과 지식의 역사에 거대한 지각변동을 일으킬 사건이 일어났다. 6개월간의 비밀 협상 끝에 영국의 ‘펭귄’과 미국의 ‘랜덤하우스’가 합병해 세계 최대의 출판사 ‘펭귄랜덤하우스’로 재탄생한 것이다. 그러나 디지털 혁명 이후 음반 산업에서 벌어진 일을 생각해 볼 때, 이것은 어쩌면 전세계 출판을 홀로 좌지우지할 슈퍼 메가 출판사의 출현을 향한 흐름의 출발점일지도 모른다. 당장 두 회사와 함께 이른바 ‘빅6’을 이루어온 하퍼콜린스, 사이먼앤드슈스터, 리틀브라운, 맥밀런 등의 움직임들이 심상치 않다. 생존을 위해 그들 역시 합병으로써 회사 규모를 키우려는 협상에 들어갔다는 소문이 떠돌고 있다.합병의 결과, 펭귄랜덤하우스는 당장 영미 서적 시장의 4분의 1을 단숨에 장악하고, 브라질·인도 등의 ..
애플의 최고경영자 팀 쿡의 제품 철학 스티브 잡스의 사망 이후, 우리는 애플의 철학이 사라졌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시대를 앞서간다기보다는 시대를 추종한다고 할까? 그런 느낌에 애플에 대한 애정의 강도는 낮아만 가고 있다. 그러나 스티브 잡스는 시대를 앞서가는 선도자였던 동시에 냉혹한 사업가였지만, 그의 후계자 팀 쿡은 냉혹한 사업자이기는 하지만 시대를 이끄는 제품 철학을 갖고 있는지는 불확실했다.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윈도우 8에 기반한 제품 서피스가 나온 직후, 애플의 최고 경영자 팀 쿡은 이를 혹평하면서 다음과 같은 말을 덧붙였다. 이 애플식 자기자랑이 바로 애플의 철학이고 스티브 잡스가 남긴 유산이다. 책을 만드는 데에서 시사하는 바가 있어 여기에 적어 둔다. 각 제품을 개발할 때 가장 어려운 일 중 하나는 균형을 유지하는 작업(trad..
태블릿 시대, 콘텐츠와 기기에 대하여 지난주 애플에서 아이패드 미니와 아이패드 4를 내놓았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블로터닷넷의 정보라 기자와 간단한 인터뷰를 했습니다. 애플의 발표장에서 쓰인 한국어판 전자책은 민음사에서 만든 『위대한 개츠비』였습니다. 이를 간단히 축하한 후 정 기자의 질문은 “한국 업체들이 신기종 발표 때 스펙에 치중하는 것과 달리 애플은 왜 아이북스 등 콘텐츠에 치중하는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제 대답은 아래 기사에 나와 있습니다. 태블릿PC, 전자책 단말기로 매력 있나 정보라 | 2012.10.25 아이패드를 쓰며 ‘어디에다 써?’란 질문을 자주 받는다. 사실 태블릿PC는 사용처를 또렷이 정하기 어려운 기기다. 동영상을 보고, 책을 읽고, e메일을 확인할 방법은 이미 널려 있다. 동영상을 찍어 공유하고 문서를 작성하는 ..
애플 디자인의 할아버지 디터 람스의 디자인 철학 디터 람스(Dieter Rams)는 가전 회사인 브라운의 수석 디자이너로 현대 제품 디자인에서 단순성의 미학을 정립한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브라운에서 나온 면도기, 믹서기, 전기 주전자 등이 얼마나 깔끔하게 아름다운지 사용자들은 이미 다 알고 있으리라 믿는다.(http://www.braun.com/kr/home.html) 어쨌든 람스가 디자인한 제품들은 애플의 디자이너 조너선 아이브에게 깊은 영향을 주어 직관적 단순성이라는 디자인 원칙이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데 큰 역할을 했고, 그에 따라 그는 애플 디자인의 할아버지라는 별칭을 얻었다.아래는 인터뷰에서 그의 디자인 철학을 잘 드러내는 부분만 모은 것이다. 이런 원칙은 책을 만들 때에도 필요한 마음가짐 아닐까. ― 디자인이란 뭔가를 명백히 드러내는 것..
책과 읽기의 미래(삼성 사장단 회의 강연 자료) 지난 9월 12일 수요일 오전 8시부터 서초동 삼성 사옥에서 1시간 동안 삼성 사장단 회의에 강연을 하고 왔습니다.멀리 청계산과 우면산이 내려다보이는 멋진 전망이 인상적이었습니다.강연 내용은 "책과 읽기의 미래"에 대한 것이었습니다.평소에 자주 하던 이야기인데도 애플의 아이시리즈와 함께 전 세계를 양분한 갤럭시 시리즈를 만든 곳에서, 그것도 최고 경영자들 앞에서 입을 떼려니까 조금 떨렸습니다. 어쨌든 저로서도 이번 기회에 생각을 좀더 명확하게 정리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전자책 시대를 맞아 책과 읽기가 어떻게 변해 가고, 그에 따라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를 집중적으로 살펴보았습니다.종이 읽기에서 화면 읽기로 넘어가면서 책이 몰입 기계에서 반응 기계로 바뀌어 가는 현상, 그에 따라 인터페이스 문제가 ..
밑줄과 반응 2012년 5월 29일 (화) 1 기술적 후진성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미디어 비즈니스는 기술 비즈니스가 아니다. 그러나 미디어 비즈니스는 특히 기술적 변동에 따라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나는 이른바 유서 깊은 출판사인 파버 앤드 파버(Faber & Faber)를 경영하고 있다. 우리 비즈니스는 대부분 저자로부터 저작권을 사들이고 독자들을 발견하며 저자들을 위한 가치를 창조하는 일에 기반을 두고 있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이 일을 하는 방법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한다. 창업한 이래 80년 동안 우리는 인쇄본(책)을 통해서만 그 일을 할 수 있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책, 전자책, 온라인 학습(우리가 직접 구축한 강좌들), 「황무지」 애플리케이션 같은 디지털 출판, 그리고 웹을 통해서 그 일을 할 수 있다. 기술적 변동은 기회를 박탈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