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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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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라(selah) ​셀라(selah)는 히브리 성서에서 74번 발견된다. 학자들은 그 말이 본문에 등장할 때마다 독자는 읽기를 멈추고 잠시 동안 가만히 있으라는 지시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이전 문장이 깊이 되새길 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경전 속의 시는 필연적으로 변화를 의도하며, 옮겨 적은 이는 그 변화가 읽기를 통해 시작되고 동시에 고요한 명상 속에서만 완성될 수 있음을 알았다. 셀라는 히브리 음악에도 나타난다. 합창단 지휘자가 한동안 합창단을 침묵시키는 표시라고 알려져 있다. 악곡 사이에 여백을 두는 것이다. 물론 침묵은 음악이 잦아들 때 존재한다. 셀라는 성스러운 침묵이다. 변혁을 일으키는 말, 음악, 그리고 산부인과 접수원으로부터 대략적인 정보를 얻은 이들이 영원한 변화를 앞두고 겪는 잠깐의 정지 상태이다. 셀..
집어들고 읽어라(Tolle, Lege) _ 읽기의 힘에 대하여 “어디에서 무엇이 잘못되었는가?”『고백』에서 아우구스티누스는 묻는다. 인생 전체가 비틀린 것 같은 지독한 불안에 사로잡혀 안절부절못하면서 그는 정원을 이리저리 서성인다. 마음이 좀처럼 답을 얻지 못하고 미몽(迷夢)이 길어질 때, 문득 옆집에서 아이가 말하는 소리가 들려온다.“톨레 레게(Tolle, Lege)!”집어들고 읽어라. 하느님은 천사를 통해 계시하지 못할 때, 흔히 아이의 입을 빌리곤 한다. 읽어라. 희망 없는 좌절이 길어질 때, 해답 없는 절망이 연이어질 때, 하느님은 말한다. 집어들고, 읽어라. 그래서 아우구스티누스는 성서를 다시 읽었다. 성서를 읽은 후 신의 목소리를 듣고, 교회를 다시 써서 세계의 기울어진 축을 바로 세웠다.읽기는 인간이 혼자 살아가지 않도록 막아 주는, 신 없이 신의 언어..
[오래된 독서공동체를 찾아서] <2> 전주 북세통 "더불어 읽고 놀며 느끼며… 생각하는 시민으로 살고 싶었죠" "더불어 읽고 놀며 느끼며… 생각하는 시민으로 살고 싶었죠"[책, 공동체를 꿈꾸다] 전주 북세통 스무 살, 세 남녀 13년 전 모여 대학 과제물 작성 고민하다"생각 기르려면 꾸준히 독서해야" '교회 오빠' 말 믿고 첫 모임한 해 4~6권 인문사회과학 교양서…사회공동체 속 유기적 인간 고민 스무 살, 세 남녀가 책을 들고 모였다. 막 대학교에 들어가 과제를 하라는데, 어떻게 글을 써야 할지 몰랐다. 불안하고 답답했다. 다니던 교회의 오빠(?)에게 상의했더니, 글을 잘 쓰려면 먼저 책부터 읽으라고 했다. 별로 책을 즐기지 않았지만, 혹여나 성적에 도움이 될까 싶어서 순진하게도 일단 모여 본 것이다. 2003년 이래 열세 해 동안 전주 평화동 골목을 책으로 지켜 온 독서공동체 북세통(책으로 세상과 소통하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