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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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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의 미래를 찾아서] ‘백년 서점’을 꿈꾸다 《기획회의》에 새 연재를 시작한다. 기존의 글을 단행본으로 마무리하는 작업도 마치지 못한 몸으로, 전국을 돌아다니는 새로운 연재를 시작하는 게 많이 부담스럽지만, 송인서적 부도 이후 여기저기에서 터져 나오는 아우성을 듣다 보니, 현장에서 또다시 지혜를 얻고 싶어졌다. 현대적 의미의 서점이 등장한 지, 벌써 100년을 훌쩍 넘었다. 방각본 책들을 사고팔던 조선시대 후기로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도 있다. 그러나 오늘날 한국의 서점은 정보화의 거대한 쓰나미 속에서 갈 길을 잃어버린 것처럼만 보인다.작년에 우리 곁에서 독립서점(기존 서점업계에서는 ‘트렌드서점’이라고 부른다) 열풍이 일어났고, 아직 그 열풍이 진행 중이지만, 이들만으로 ‘서점의 미래’를 이야기하기에는 많이 부족해 보인다. 출판 현장에 오랫동안 있었..
마을 책방, 영혼의 쉼터가 되다 _『작은 책방 우리 책 쫌 팝니다』(남해의봄날, 2015) 국회방송에 출연해 『작은 책방 우리 책 쫌 팝니다』(남해의봄날, 2015)를 소개했습니다. 괴산의 숲속작은책방의 주인이자 저자인 김병록 선생과 함께 아주 흔쾌하고 즐거웠습니다. 방송은 쑥쓰러우니, 사전 질문지와 답변을 공개합니다. Q : 이 책 어떻게 읽으셨는지요?A : 뜨겁고 부러운 책입니다. 책을 향한 타오르는 열정이 페이지마다 솟아올라 눈이 타버릴 것 같았어요. 계속 읽다가 눈이 멀어버리면 나도 서점이나 차려볼까 하는 마음이 들까 해서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죠. 저희 같은 읽기 중독자들은 항상 마음속에 두 가지 공간을 갖고 싶어 합니다. ‘서재’와 ‘서점’이죠. 어쩌면 읽기 자체가 이런 취향을 만들어내는 걸지도 몰라요. 서재는 혼자 읽기 위한 공간이고, 서점은 같이 읽기 위한 공간입니다. 책에 나오는..
몽테뉴의 읽기와 쓰기에 대하여 _ 츠바이크의 『위로하는 정신』을 읽다 (2) 연이틀 슈테판 츠바이크의 『위로하는 정신』(안인희 옮김, 유유, 2012)을 읽었다. 아침에 시내에 나갈 일이 있어서 지하철에서 어제 읽다 아껴 둔 부분을 마저 끝냈다. 예전에도 느꼈지만, 츠바이크의 글은 한 위대한 정신에 대한 지극한 공명에서 시작한다. 자신이 소리굽쇠의 한 축이 되어 저자의 삶이나 글과 부딪힐 때마다 울음소리를 낸다. 역사적 인물의 복원이 아니라 ‘위대한 현재’를 발굴하는 광부의 솜씨를 가지고 있다. 기이하고 훌륭하고 본받고 싶은 글이다. 서른여섯 살, 아버지가 죽자 유산을 물려받은 몽테뉴는 비로소 홀로 설 수 있었다. 하지만 그가 관심을 둔 것은 영지의 경영이 아니었다. 몽테뉴는 세상에서 물러나 성 안에 있는 작은 성인 ‘치타델레(Zitadelle)’에 서재를 꾸미고 그 안에 틀어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