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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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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사랑, 낯선 결혼, 낯선 이별 - 서유미의 『홀딩, 턴』(위즈덤하우스)를 읽다 “무엇보다도 사랑과 결혼이 겹치는 지점이 불편했다. 영진과 잘 지낼 때도 생활 속에서는 적당한 거리감 확보가 간절했다. 연애할 때는 밀착되는 게 좋았지만 그게 매일 이어지는 건 버거웠다. 지원이 꿈꾸는 건 오래 연애하는 상태에 가까웠다.”어제 오후, 서유미의 『홀딩, 턴』(위즈덤하우스, 2018)을 읽었다. 사랑과 이별의 과정이 아니라 내면을 더듬어 가는 섬세하고 느릿느릿한 이별 이야기다. 지원과 영진이 스윙댄스 동아리에서 만나 결혼하고 사소한 이유로 이혼에 이르는 다섯 해 동안의 삶을 그려 낸다. 둘의 이별은 불행하되 추접하지 않다. 침착하고 산뜻해서 신선하다.두 사람의 사랑은 ‘불행의 중력’을 이기지 못하고 파탄하지만, ‘쿨의 윤리’를 좇아 눈에 띄는, 아무 상처도 없이 갈라선다. 스무 해 전인 19..
‘문장의 관료화’라는 말을 배우다 _ 다케우치 요시미의 『일본 이데올로기』(윤여일 옮김, 돌베개, 2017)를 읽다 비평가의 글은 자기가 속한 시대를 분석하고 그에 적절한 실천의 도구를 제시하면 그만이지만, 그 행위를 통해 후세의 사람들에게 생각의 도구를 제공하면 금상첨화다. 다케우치 요시미의 『일본 이데올로기』(윤여일 옮김, 돌베개, 2017)를 읽다가, ‘문장의 관료화’라는 표현에 사로잡혀 벌써 몇 주째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심장이 아주 예리하게 베인 느낌이다. 나 자신이 썼던 많은 글이 머릿속에 줄지어 떠오르면서 일종의 자괴감에 시달리는 중이다. 다케우치는 말한다. 무의미한 글이 세상에는 없지 않다. 가령, 관료의 글이 그렇다. 학자가 써내는 글도 태반이 그렇다. 문학자라고 해서 다를 바 없다. 그리고 그 상태가 현재 일본에서 특히 눈에 밟힌다. 일반적으로 말해 문장의 관료화라는 현상을 인정해야지 싶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