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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만 루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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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선택하기를 거부한다 ―살만 루슈디의 『이스트, 웨스트』(김송현정 옮김, 문학동네, 2015)를 완독하다 나 역시 목에 밧줄이 감겨 있었고, 오늘날까지도 그 밧줄이 나를 이리저리로 끌어당기고 있다. 동과 서, 그 팽팽한 끈들이 명령한다. 선택하라, 선택하라.나는 껑충껑충 뛰고, 콧김을 내뿜고, 히힝 울고, 뒷발로 서고, 발길질을 한다. 나는 어떠한 밧줄도 선택하지 않는다. 올가미, 올무, 그중 어떠한 것도 선택하지 않는다. 듣고 있는가? 나는 선택하기를 거부한다. ―살만 루슈디, 「코터」, 『이스트, 웨스트』, 김송현정 옮김(문학동네, 2015), 232쪽 『이스트, 웨스트』를 드디어 완독하다. 작년 가을에 선물로 받아서 조금씩 아껴서 읽던 작품이다. 이 책에 담긴 아홉 소설들은, 동양과 서양 사이에 끼여서 정체를 이룩하지 못하고 혼란에 빠진 인물들을 다루고 있다. 주로 동양인으로 태어나 그 문화 속에서 정..
절각획선(切角劃線) - 2014년 1월 13일(월) 절각획선(切角劃線)은 책장의 귀를 접고 밑줄을 긋다는 뜻으로 리쩌허우가 쓴 글 제목에서 가져온 말이다. 이는 책의 핵심을 파악하려면 직접 몸을 움직여 체험하고 힘써 실천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 말을 읽기의 금언으로 삼아 매일의 기록을 남긴다. 그러고 보면 옛 선인들은 매일 읽은 것을 옮겨 적고, 나중에 이를 모아서 편집하여 하나의 책을 만듦으로써 읽기에 대한 경의를 표함과 동시에 그로써 새로운 지혜를 축적하고 표명했다. 이 기록이 언젠가 그 끝자락에라도 닿기를 바라면서. (1) 브라이언 오리어리(Brian O’Leary ), 「콘텐츠가 아니라 콘텍스트다」이 자료는 출판마케팅연구소에서 받은 것이다. 지난번 좌담이 있을 때 읽었는데, 오늘 시간을 내서 다시 꼼꼼히 살펴보았다. 조금 시간이 지난 글이기는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