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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키호테를 완독하고 서평을 쓰다 어찌 시간이 가는지 모르겠다. 지난주와 이번 주에 걸쳐서 《세계의 문학》 신인상 심사가 두 차례 있었고, 그날마다 술자리가 있었다. 새로운 시인과 소설가를 만나는 건 언제나 가슴 뛰는 일이다. 또 오랜만에 친구들과 문단 후배들을 만나서 더 좋았다. 지난 금요일에는 월요일 부서장 회의 준비를 하느라 나올 책들을 살피고 시장을 들여다보느라 저녁 시간을 온통 보냈다. 책과 출판의 세계는 여전히 뜨겁고 읽고 싶은 책들은 항상 쏟아져 나오지만, 그 열기는 좀처럼 확산되지 못하는 듯하다. 동맥경화일까? 어딘가에서 흐름이 막혀서 역류가 계속 일어나는 느낌이다. 주말에는 읽던 책을 마무리하고 틈틈이 새로운 책을 고르느라고 보냈다. 『하버드 문학 강의』(이순, 2012)와 『돈키호테』(시공사, 2004)를 드디어 완독했..
슈타이들조차 책을 만드는 데에는 편집자가 필요하다 슈타이들조차 책을 만드는 데에는 편집자가 필요하다― 대림미술관의 슈타이들 전시회를 다녀와서 전시회 관람을 그 자리에서 끝내는 것은 대개의 경우 무척 어리석은 일이기 쉽다. 물론 현장의 생생함이 만들어 내는 활기 찬 리듬, 눈을 사로잡는 강렬한 색채와 그들을 빚어 내는 공간의 놀라운 조화를 전적으로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현장의 인상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희미해지는 법이라서 며칠 또는 몇 주의 시간이 지나면 메모 몇 줄과 머릿속에서 공명하는 몇 덩이 생각들로 약화된다. 윤곽선은 희미해지고 느낌은 잔잔해진다. 현장의 감격은 사라지고 냉냉한 분석만이 남는다. 그러나 나는 또 알고 있다. 인상이란 우리를 속이기 쉽다는 것을, 진정한 전시회는 도록을 읽는 육체 노동과 사색의 시간을 며칠 또는 몇 주 동안 필요로..
잉고 슐체를 만나다 - 2013년 8월 8일(목) 잉고 슐체가 한국을 찾았다. 만해문예대상 수상을 기념하기 위해서다. 나로서는 슐체는 『유럽, 소설에 빠지다』(민음사, 2009)에 실린 「제우스」에서 처음 만난 작가이다. 유럽 대사관에서 각각 자국을 대표할 만한 현대 작가를 한 사람씩 추천받아서 그들 작품을 번역한 이 선집에서 이미 슐체는 독일을 대표하는 작가로서 선정되었다. 그 후 민음사에서는 이 작가의 대표작인 『심플 스토리』(민음사, 2009)와 『아담과 에블린』(민음사, 2012)을 연속해서 출간한 바 있다. 아직 한국 내에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통일 과정과 통일이 독일인들의(특히 동독 사람들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켰는가를 날카롭게 그려내고 있는 잉고 슐체의 명성은 점차 독일을 넘어서 세계 각국으로 뻗어나가는 중이다. 잉고 슐체는 이미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