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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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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과 긍정의 인간, 돈키호테(한겨레 기고) 《한겨레》 출판면에 ‘편집자가 고른 스테디셀러’라는 코너가 있다. 이곳에 글을 맡아서 세 번 쓰게 되었다. 첫 번째로 고른 책은 최근에 다시 완독한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박철 옮김, 시공사, 2004)였다. 아래에 옮겨 둔다. 지난해 5월, 편집자로 일한 지 스무 해째 된 것을 기념해 아내와 함께 스페인을 여행했다. 지중해의 뜨거운 태양이 세속의 번뇌를 증발시키고, 늦도록 들지 않는 밤과 온화한 바람이 산책을 한없이 부추기는 가운데,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같은 질문에서 ‘편집이란 무엇인가’ 같은 질문까지 온갖 의문을 떠오르는 대로 풀어 놓고 마음껏 생각을 즐겼다.가르시아 마르케스는 자신의 인생을 “이야기하기 위해 살다”라는 말로 정리했는데, 내 인생은 어떤 말로 요약할 수 있을까. 그러다 한..
돈키호테를 완독하고 서평을 쓰다 어찌 시간이 가는지 모르겠다. 지난주와 이번 주에 걸쳐서 《세계의 문학》 신인상 심사가 두 차례 있었고, 그날마다 술자리가 있었다. 새로운 시인과 소설가를 만나는 건 언제나 가슴 뛰는 일이다. 또 오랜만에 친구들과 문단 후배들을 만나서 더 좋았다. 지난 금요일에는 월요일 부서장 회의 준비를 하느라 나올 책들을 살피고 시장을 들여다보느라 저녁 시간을 온통 보냈다. 책과 출판의 세계는 여전히 뜨겁고 읽고 싶은 책들은 항상 쏟아져 나오지만, 그 열기는 좀처럼 확산되지 못하는 듯하다. 동맥경화일까? 어딘가에서 흐름이 막혀서 역류가 계속 일어나는 느낌이다. 주말에는 읽던 책을 마무리하고 틈틈이 새로운 책을 고르느라고 보냈다. 『하버드 문학 강의』(이순, 2012)와 『돈키호테』(시공사, 2004)를 드디어 완독했..
드디어 돈키호테의 끝이 보이다 월요일 철학자 강신주가 SBS 텔레비전 힐링 캠프에 출연한 덕분에 『감정 수업』(민음사, 2014)의 판매량이 세 배 정도 올랐다. 관련해서 여러 가지 일들을 챙기느라 도저히 틈을 낼 수가 없었다. 게다가 작년도 직원 업무 평가도 하고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에서 곧 나올 책에 실린 좌담 원고 정리도 하느라 사적인 글을 쓸 시간은 없었다. 오늘 낮에는 『심경호 교수의 동양고전 강의 ―― 논어』(민음사, 2013)을 낸 심경호 선생님을 만나서 점심을 먹었는데, 새롭고 신기한 이야기도 많이 듣고, 환갑의 나이에도 학문의 열정에 불타는 모습에 큰 감명을 받았다. 나이 들어서도 계속 배우고 공부하고 읽고 쓸 수 있다면 어찌 기쁘지 않겠는가. 이제 『돈키호테』(시공사, 2004)의 끝이 보이는데, 너무나 아쉽다. 다 ..
헤밍웨이 등을 마저 읽으며 설 오후를 보내다 처가에서 집으로 돌아오니 벌써 오후 2시가 다 되었다. 별로 막히지 않은 것 같은데도, 은근히 길에서 시간을 다 보냈다. 문안 겸 어머니 집에 가서 점심을 먹고 집에 돌아와 간단히 씻고 낮잠을 청했다. 그리고 미루어 두었던 책들을 꺼내 읽었다. 아울러 틈틈이 출판마케팅연구소에서 했던 기획 좌담 내용을 정리 중이다. 얼마나 말을 많이 했던지 쳐내도, 쳐내도 끝이 없다.『헤밍웨이 단편선 1』(김욱동 옮김, 민음사, 2013)을 거의 다 읽었다. 읽을수록 그동안 내가 ‘하드보일드’라는 스타일에 대해서 얼마나 무지했는지를 깨닫게 된다. 그건 다만 문장이 아니라 인생에 대한 어떤 태도를 지칭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감정을 배제한 속도감 넘치고 극단적으로 간결한 문체란, 인생에 대한 극한의 허무주의와 같은 것은 아닐..
절각획선(切角劃線) - 2014년 1월 31일(금) 설이다. 새벽에 일어나 재계한 후 오전에는 제사 올리고 세배 치르고 아버지 유택에 참묘하느라, 오후에는 정체를 뚫고 다섯 시간에 걸쳐 대전 처가에 내려왔다. 몸이야 비록 고단하지만 이렇게 한 번씩 만나 쌓아 두지 않으면 가족, 친척 간의 인정도 금세 잃어버리고 말 것이다. 근대는 단단한 모든 것을 공중에 날려 버렸기에, 예절처럼 형태로써 마음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에 대하여 우리는 극도의 어색함, 또는 심하게 말하면 적대감을 품게 되었다. 그러나 심형일체(心形一體)의 뜻을 되새겨 보는 것은 어쩌면 앞으로의 지식에 가장 시급한 것일 수 있다. 처가에 도착해 잠시 동서가 오기를 기다리는 사이를 틈타서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박철 옮김, 시공사, 2004)와 로버트 콜스의 『하버드 문학 강의』(정해영 옮김, ..
절각획선(切角劃線) - 2014년 1월 30일(목) 명절 첫 날이라 오늘을 하루 종일 읽던 책들을 내키는 대로 읽었다. 방 청소를 하고 읽으려고 쌓아 둔 책들을 정리했다. 읽는 속도가 책이 쌓이는 속도를 감당하지 못해서 방이 점점 비좁아지는 중이다. 조만간 과감하게 읽지 않는 책을 버려야 할 때가 올 것 같다. 지셴린의 『인생』(이선아 옮김, 멜론, 2010)을 완독했다. 사유의 대가답지 않은 가벼운 에세이인데, 오히려 그 소박함과 평범함으로 사람을 끄는 데가 있다. 내용이 일부 중복되는 것은 대부분이 신문 등에 연재된 짧은 글을 모은 탓이다. 이 점은 대단히 아쉬웠다. 중국 지식인들의 장점이라면 자신의 글에 춘추 전국에서 명청에 이르는 명문들을 자유자재로 활용함으로써 그 논지에 품격을 불어넣고 깊이를 더한다는 점이다. 지셴린이 자주 인용하는 도연명이나 ..
절각획선(切角劃線) - 2014년 1월 29일(수) 새 소설 『혁명 ―― 광활한 인간 정도전』의 출간을 앞두고 탁환이 찾아와서 술을 마시느라 어제는 글을 쓰지 못했다. 아직도 피곤하고 머리가 아프다. 작취불성(昨醉不醒). 술만 마시면 거의 이러는 것을 보면 이제 술과 정말로 이별할 때가 된 듯하다. 읽던 책들을 계속 읽어 가면서 새로운 책을 몇 권 호시탐탐 엿보는 중이다. 『헤밍웨이 단편선』(김욱동 옮김, 민음사, 2013)을 짬날 때마다 한 편씩 읽고 있다. 건드리면 주르르 모래로 쏟아질 듯한 건조한 문체의 극단을 보여 주는 작품들이 이어진다. 극도로 절제된 감정, 사건의 적요(摘要)만 따르는 냉혹한 시선……. 읽다 보면 저절로 숨이 막혀 오다가 어느새 인생의 달고 쓴 맛이 느껴지는 마지막 문장에 이르고 만다. 사색이나 표현이 아니라 건조와 속도로 승부..
절각획선(切角劃線) - 2014년 1월 26일(일) 일주일 내내 읽기만 하고 기록할 수는 없었다. 잡다한 일들에 온통 마음이 쏠린 데다 어느 순간 고전의 번역에 시간을 여분의 시간 대부분을 빼앗겼던 탓이다. 그사이 많은 글이 곁을 스쳐 지나갔고, 또 마음속으로 들어왔다. 드니 디드로의 『운명론자 자크와 그의 주인』(김희영 옮김, 민음사, 2013), 리쩌허우의 『중국 철학이 등장할 때가 되었는가?』(이유진 옮김, 글항아리, 2013), 앤 스콧의 『오래된 빛』(강경이 옮김, 알마, 2013)에 이어서 손에 든 책들은 정민의 『우리 한시 삼백수』(김영사, 2014), 한병철의 『시간의 향기』(김태환 옮김, 문학과지성사, 2013), 미겔 데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박철 옮김, 시공사, 2004), 그리고 《기획회의》 360호이다. 정민의 번역은 기지 넘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