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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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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서평] 타인에 대한 ‘연민’ 없이 민주주의, 제대로 작동할까 _마사 누스바움의 『감정의 격동』 경이(驚異).놀랍고 신기하다. 감각이 깨어나고 몸이 풀리면서 상념이 융기한다. 문장들이 누적되고 페이지들이 모이면서 지금까지 한 번도 상상해 본 적이 없는 낯선 지형을 머릿속에 만들어낸다. 이 지형도에는 ‘감정의 철학’ 또는 ‘감정의 인문학’이라는 이름을 붙여야 하리라. 이성의 사유가 아직 제대로 개척하지 못한, 때로는 의도적으로 배척하고 때로는 처치 곤란으로 미루어둔 광대한 황무지. 마음의 지층으로 볼 때 이성보다 아래쪽을 이루면서도 여전히 어둠에 남겨진 영역. ‘감정’이라는 이름의 신대륙이 마침내 지적도를 얻었다.사흘에 걸쳐 1400쪽에 이르는 책을 모두 읽었다. 역시 마사 누스바움이다. 그녀의 책은 지금까지 한 차례도 나를 실망시킨 적이 없다. 『공부를 넘어 교육으로』, 『시적 정의』, 『혐오와 수..
가라타니 고진의 『자연과 인간』(조영일 옮김, 도서출판 b, 2013)을 읽다 1내가 가라타니 고진의 책을 처음으로 접한 것은 미국의 콜롬비아대학교 출판부에서 나온 『일본 근대문학의 기원』의 영문판이었다. 프레드릭 제임슨의 서문이 붙은 이 책을 읽고 나는 적잖은 흥분을 느꼈다. 그것은 두 가지 이유에서였다. 하나는 내 문학적 스승 중 한 분인 김윤식 교수의 연구를 지탱하는 이론적 기둥 하나를 보았다는 점이고(일본으로만 한정하면 고바야시 히데오에서 에토 준으로, 에토 준에서 가라타니 고진으로 이어진다. 이 과정은 김윤식의 『내가 읽고 만난 일본』(그린비, 2012)에 자세히 그려져 있다.) 다른 하나는 그의 논의가 날로 지지부진해져 가고 있는 한국문학 연구의 한 탈출구를 제공하는 것처럼 보였다는 점이다.오로지 이 감각에만 의존해 나는 1970년대 이후 오랫동안 끊어졌던 일본 지성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