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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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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 기계 속의 이상하고 아름다운 세계 ― 강성은 시집 『단지 조금 이상한』(문학과지성사, 2013)을 읽다 강성은의 두 번째 시집을 읽으면서 작은 글을 하나 쓰고 싶어졌다. 하지만 주중에는 전혀 틈을 낼 수 없었는데, 오늘밤 잠시 틈을 내어 글을 하나 쓸 수 있게 되었다. 읽으면서 순간순간 메모해 둔 것들을 이어붙인 것이라서 미숙하다. 하지만 즐겁다. 읽고 쓴다, 읽고 쓴다, 읽고 쓴다. 이 반복은 얼마나 즐거운가. 다른 수많은 반복들에 비하여 얼마나 기쁜가. 그 기쁨을 다시 반복하기 위해 여기에 올려 둔다. 수면 기계 속의 이상하고 아름다운 세계 ― 강성은 시집 『단지 조금 이상한』(문학과지성사, 2013)을 읽다 1 이상한 일이다. 나는 강성은의 첫 시집 『구두를 신고 잠이 들었다』(창비, 2009)를 읽었을 때, 전혀 '잠'에 대해 의식하지 못했다. 이상한 일이다. 분명히 제목에 ‘잠’이라고 적혀 있는데..
망오십(望五十), 매우(梅雨)에는 닥치고 독서 1두 주째 계속 비가 내리고 있다. 어제는 시내에 전시회를 보러 외출하려다가 왠지 ‘읽는 일’을 하고 싶어져서 하루 종일 소파와 침대와 책상을 오가면서 책을 읽었다. 요즘에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파워 클래식』(어수웅)에 실린 짤막한 서평 몇 꼭지를 챙겨 읽는 것으로 시작해서 일본사 및 세계사 이해에 새로운 시각을 던진 화제작 『중국화하는 일본』(요나하 준)을 읽고, 그다음에는 『도련님』(나쓰메 소세키), 『그리운 친구여 - 카프카의 편지 100선』(카프카), 『검찰관』(고골), 『휘페리온』(횔덜린) 등의 고전, 『육체쇼와 전집』(황병승), 『단지 조금 이상한』(강성은) 등의 시집, 『배를 엮다』(미우라 시온),『엄마도 아시다시피』(천운영) 등의 소설, 그리고 2010년에 문학동네에서 나온 열 권짜리 김..
이원 산문집 프로젝트를 시작하다 책을 오랫동안 스스로 만들지 않게 되면 원고의 세부를 통해서만 생겨나는 감각들이 서서히 무뎌진다. 저자의 문장을 이루는 언어들을 쉼표 하나가 부각하는 그 사소함 숨결까지 함께 느껴 가려면 단지 독자가 되어 책으로 읽는 것보다는 역시 반복적 교정 작업이 최고다. 문장이 일으키는 바람을 타고 단숨에 읽어 가야 할 곳과 멈추어 한없이 느리게 쉬면서 읽어 가야 할 곳을 피부에 새기듯 확연히 느끼려면, 역시 쉼표를 넣었다 뺐다 하면서 문장을 조심스레 건드려 보거나 부사와 형용사의 위치를 이리저리 조정하면서 입속으로 중얼거려 보는 게 가장 좋다. 온몸이 빨갛게 달아오르는 느낌과 함께 저자의 고조된 언어 감각을 내 것으로 만들고, 그를 통해 마음의 감각들을 예리하게 벼려 내는 것. 그렇다. 노동을 통해서만 비로소 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