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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세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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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시에는 거리의 생활이 없다 어릴 때 살던 서울 약수동 달동네는 골목 천국이었다. 다양한 크기와 모양의 집들이 복잡하게 맞물리면서 좁고 넓은 길들을 거미줄처럼 뽑아냈다. 두 사람은 동시에 지나지 못할 골목에서 양보의 미덕을 익혔고, 동네 아이들 비밀 장소인 세 평 공터에서 놀면서 우정을 쌓았으며, 과일, 채소, 생선, 철물, 등유, 곡물, 잡화, 약국 등 구석구석 가게들을 구경도 하고 심부름도 다니면서 셈을 배웠다.약수동 떠나 서른 해 가까이 살아온 동네가 서울 노원이다. 갈대 무성한 드넓은 벌판을 바둑판처럼 정리해 비슷한 건물들을 줄지은 신도시다. 등산할 수 있는 산과 산책할 수 있는 강이 있고, 집 근처 한두 블록 안에 꼭 공원이 있다. 백화점과 쇼핑센터, 종합병원과 대학, 미술관과 과학관, 학원가와 상점가 등도 마련되어 있다...
『숲에서 자본주의를 껴안다』를 읽고 『우애의 경제학』을 추천하다 중앙일보 '이달의 책'에 『숲에서 자본주의를 껴안다』가 선정되었다. 관련한 추천도서를 선정해 달라는 연락을 받고 한 권 고른 것이 가가와 도요히코의 『우애의 경제학』(홍순명 옮김, 그물코)이다. 이 책은 대안적 사회경제를 고민하는 모든 이들의 필독서다. 경쟁의 경제에서 우애의 경제로 나아가지 않는 한 이 지옥 같은 삶이 바뀔 희망은 전혀 없다.고욕망의 삶에서 저욕망의 삶으로 갈아타기, 즉 『숲에서 자본주의를 껴안다』에 나오는 “텃밭에서 기른 채소로 자급자족하고, 산에서 구할 수 있는 목재로 난방과 취사를 하는 삶의 방식”을 통해 지역 경제가 자립하고 경제가 순환할 수 있다. 하지만 심지어 이 책을 이달의 책으로 추천하는 신문사의 기자조차 ‘원시인이 되란 말이냐’ ‘시골에 내려가서 농사짓고 살란 말이냐’ ..
밑줄과 반응 2012년 6월 14일(목) 장인 리처드 세넷 지음, 김홍식 옮김/21세기북스(북이십일) 부산 영산대 한성안 교수의 블로그에는 거의 매일 그가 읽은 신문 기사 중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글이 밑줄 친 상태로 올라온다. 오늘 블로그에 올라온 것은 서울경제 조상인 기자가 쓴 『장인』의 리뷰 글이었다. 리처드 세넷의 책은 예전에 감동적으로 읽었기도 하고, 내 편집자론의(그런 게 있기만 하다면^^) 이론적 근거를 제시해 준 책 중 하나여서 무척 반가웠다. 2010년 스피노자상을 수상한 세계적 석학인 저자 세넷은 50여년 전 자신의 스승 한나 아렌트에게서 이같이 배웠다. 호모 파베르의 판단력이 인류를 문제적 상황으로부터 구원할 수 있을 것이라 여겼던 아렌트의 견해에 세넷은 문제를 제기한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갖고 있는 장인(匠人)의 이미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