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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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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와 정리, 나를 돌보는 실천 봄날 햇볕이 따스하다. ​ 창문을 활짝 열고, 하루 종일 청소하고 싶은 마음이 절로 일어선다. 미세먼지 없는 날을 골라 겨우내 묵은 먼지를 내보내고, 신선한 바람이 집 안을 휘젓게 하고 싶다. ​ 청소기를 돌리고 총채를 들어 구석구석 켜켜로 쌓인 먼지를 쓸고 떤 후, 깨끗한 손걸레에 물을 묻혀서 책꽂이, 소파, 의자, 책상, 장식장 위아래를 말끔히 닦아내고 싶다. ​ 무엇보다 마법이라도 부려서 곳곳에 쌓아둔 책과 음반, 바닥으로 넘쳐흐르는 옷가지, 여기저기 널브러진 잡동사니를 한순간 깔끔하게 정리해 버리고 싶다. ​ 청소는 소(掃, 비를 들고 사당을 정화하는 일)를 행해서 더러움을 씻어내 깨끗하게 만드는 신성한 일이고, 정리는 정(整, 튀어나온 가지를 쳐내는 일)을 행해 우리 삶에 생겨난 어지러움을 청산..
모든 책은 스승이다(서울신문 칼럼) 스승의 날을 맞이하여 서울신문에 짧은 에세이 하나를 썼습니다. 인생 스승이 된 책을 소개해 달라는 것입니다. 너무 많은 책이 떠올라서 괴로워하다가 아예 모든 책은 스승이라는 말을 해버렸습니다. 아래에 옮겨 둡니다. ‘스승의 책’이 따로 어찌 있으랴. 모든 책은 스승이다. 다만 무릎의 책이 있고, 가슴의 책이 있고, 어깨의 책이 있고, 머리의 책이 있을 뿐이다. ‘무릎의 책’은 패배와 절망의 자리에서 다리에 일어서는 근육을 만들어 준다. ‘가슴의 책’은 비루한 현실로부터 심장에 뜨겁고 두근대는 소리를 되돌려준다. ‘어깨의 책’은 어둡고 답답한 사방으로부터 눈에 밝고 맑은 전망을 트여준다. ‘머리의 책’은 어지럽고 흐트러진 세상으로부터 마음에 똑똑하고 분명한 갈피를 잡아 준다. 피렌체로부터 버림받은 단테는 ..
[2015년 출판 트렌드] 책에서 길을 묻다 _ 독(獨), 전(錢), 협(協), 리(理), 의(意) (시사인) 트렌드란 무엇인가? 과거가 기록한 미래다.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물처럼, 흐름이고 연속이어서 돌이킬 수 없을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기록은 오직 미래의 임무다. 과거는 기록할 수 없다. 기억할 만한 미래는 흔히 파괴이고 단절이며 전환의 형태를 취한다. 과거를 들여다보아도 미래를 알지 못하는 이유다. 미래는 미리 오지 않고 나중에 도래한다.창조자나 혁신가는 트렌드를 이야기하지 않는다. 차라리 자신이 미래를 발명하기 위해 맞서 싸워야 할 힘들에 주목하고, 힘들이 하나의 장(場)을 이루는 현실을 분석한다. 문제를 도출하고 해결책을 깊게 고민한다.출판은 고객의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공하는 솔루션 비즈니스의 일부다. 어떤 특정한 문제에 부닥쳤을 때, 사람들은 검색하거나 대화하는 대신 책을 읽는다. 올..
‘조선 최고 지식인’ 추대는 정쟁(政爭)의 산물 두 주에 한 번씩 《문화일보》에서 신간을 읽고 서평을 쓰고 있다. 빠르게 책을 읽고 이를 서평이라는 형태로 남기는 것은 여러 번 밝혔지만, 내게는 또 다른 즐거운 모험이다. 편집자 일을 하면서 습관적으로 책을 읽어 왔고, 또 기꺼이 개인적으로 이런저런 책을 골라서 읽어 왔기에 읽기 자체는 그다지 모험이 아니다. 거기에 쓰기가 덧붙은 것은 아직 익숙지만은 않지만, 또 평생 늘 해 왔던 일이기도 하다. 지난 주에 읽은 책은 연세대 최연식 교수의 『조선의 지식계보학』(옥당, 2015)이다. 니체가 생성하고 푸코가 생각의 도구로 발전시킨 학문인 ‘계보학’을 이용해서 정암 조광조, 퇴계 이황, 율곡 이이, 하서 김인후 등이 조선 최고의 지식인으로 손꼽히기까지의 과정을 추적한다. 말로 물어뜯고 위협하고 피로 얼룩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