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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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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틀린 삶의 축을 바로잡아줄 길잡이 《주간동아》 1126호(2018. 02. 14, 60~61쪽)에 실린 글입니다. 지난해 나온 책들 중에 연휴를 맞이해서 읽을 만한 책을 골라서 소개했습니다. 비틀린 삶의 축을 바로잡아줄 길잡이연휴에 꼭 손에 들어야 할 8권 책을 왜 읽는가. 지식이나 정보를 얻는다고 생각하면, 지금에야 굳이 책일 까닭도 없다. 온라인 공간에는 평생 봐도 다 못 읽을 자료와 기록이 이미 즐비하고, 지금 이 순간에도 끝없이 생겨나는 중이다. 학교에 가지 않더라도 좋은 스승을 좇아 서점이나 도서관 등에서 열리는 강좌나 강연에 참석해도 좋고, 바란다면 여러 가지 동영상 강의를 이용할 수도 있다. 내용이 충실하고 수준 높기로 정평 난 강의만 챙겨도 이번 생을 채우고도 남는다.하지만 지식과 정보의 습득 말고 책을 읽는 더 깊은 이유..
토이북, 놀이와 책이 만나다 _아동서 시장의 새로운 활로를 찾다 디지털 혁명의 세례를 입고 등장한 전자책은 인간과 책을 연결하는 방식(인터페이스)에 무한한 가능성이 있음을 분명한 형태로 보여 주었습니다. 요즈음 많이 이야기되는 오디오북이나 증강현실 책 등도 마찬가지로 과거에는 상상할 수조차 없었던 책입니다. 출판의 역사는 책이 새로운 기술을 수용하고 이를 적용해 끝없이 진화해 왔음을 보여줍니다. 종이책이라고는 하지만, 겉은 비슷해 보여도 스무 해 전의 종이책과 지금의 종이책은 전혀 똑같지 않습니다. 그 세월을 출판 현장에서 살아온 분들은 선명하게 느끼고 있을 겁니다. 오늘날 출판의 가치사슬이 흔들리면서, 인간과 책을 잇는 인터페이스를 혁신하는 시도들이 계속해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런 시기에는 시도나 실험이 곧 가치입니다. 그중에서도 책과 놀이를 결합한 ‘토이북’은 ..
신봉건주의를 넘어서(기획회의 여는 글) 《기획회의》 421호(2016년 8월 5일)에 「여는 글」을 썼다. 우치다 다츠루의 『반지성주의를 말한다』를 읽으면서, 오늘날 출판의 가장 큰 적은 디지털이나 모바일이 아니라 반지성주의에 기반을 둔 ‘신봉건주의’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 사회의 부와 기회를 소수가 전적으로 독점하는 양극화는 철회되지 않을 것이고, 그 소수는 나머지 다수에게 타자와 더불어/함께 자유를 추구하는 대신에 말초적 쾌락에 혼몽을 꾸도록 유혹하는 짓을 서슴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이른바 ‘개돼지의 사육’이라는 교육시스템을 향한 가차 없는 전진이 이룩할 반지성주의의 범람. 책에 무척 적대적인 이런 흐름에 출판이 저항할 이유는 넘치도록 충분하다. 문제는 리더십일 뿐. 우치다 다츠루가 편집한 『반지성주의를 말한다』(이마, 2016)는 본래..
[조선일보 서평] 빅데이터 인문학의 출현 검색창에 여름휴가(summer vacation)이라고 쳐 넣는다. 잠시 후 그래프 하나가 화면에 나타난다. 그래프에 따르면, 19세기 초엔 여름휴가라는 말이 많이 쓰이지 않았다. 그러다가 1880년 무렵부터 급상승하기 시작한다. 산업화 덕분에 생긴 삶의 변화를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여름휴가라는 말의 사용은 1915년부터 1941년까지 25년 동안 절정에 이르고, 그 이후 현재까지 역력한 하강세를 보인다. 산업의 변화에 따라 사람들이 동시에 몰려서 여름휴가를 떠나는 일이 줄었기 때문일 것이다.휴가(vacation)는 어떨까? 이 말 역시 19세기부터 조금씩 사용이 늘어나다가 여름휴가와 똑같이 1941년에 이르러 절정을 맞이한다. 그러나 휴가라는 말은 여름휴가와 달리 1960년대 중반 이래로 다시 힘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