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동아일보

(6)
‘복각본 시집’ ‘컬러링북’... ‘문구형 도서’의 시대가 열리다 《신동아》 2016년 3월호에 기고한 글입니다. ‘복각본 시집’ 열풍에 대해 분석해 보았습니다. 이 시집의 성공을 주로 ‘책스타그램’ ‘소장 가치’ ‘복고 열풍’ ‘팬덤’ 등의 키워드로 이야기합니다. 일단 ‘팬덤’은 어불성설이니까 논외로 하고, 나머지 분석은 나름대로 좋은 근거가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책의 열풍을 ‘컬러링북 열풍’과 함께 ‘곁다리 책’이라는 키워드로 살펴보았습니다. 책의 주류라고 할 수는 없지만, 항상 책 곁에서, 책과 나란히 발전해 온 책들(기프트북, 액티비티북 등)이 초연결사회를 맞이하여 산업적으로 전면화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이 현상에 ‘문구형 도서 시대’의 개막이라는 이름을 붙여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으로도 이쪽에서는 새로운 시도가 꾸준히 늘어..
소설의 진짜 재미란 무엇인가에 대하여 (동아일보 인터뷰) 역시 한 달 전쯤 《동아일보》 김지영 기자랑 인터뷰를 했습니다. 오랜만에 만나서 수다도 떨었습니다. 노벨문학상 발표를 앞두고 있어서인지 그에 대해서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한국문학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었습니다. 어쨌든 북21에서 한국소설의 표지를 분석해서 낸 보고서 내용은 상당히 흥미로웠습니다. 내용 자체의 깊이도 깊이이지만, 이런 시도 자체가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는 “독자들은 소설에서 재미와 의미를 함께 얻고자 하는데 한국 소설의 홍보 문구들은 재미는 빼고 의미에 대해서만 얘기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소설 카피뿐 아니라 한국 소설의 엄숙한 내용을 아우르는 지적임은 물론이다. 오해가 조금 있을까 봐 덧붙여 둡니다. 소설 자체가 ‘의미를 향한 강박’을 갖..
전자책 ‘반값 시대’ 성큼? (동아일보 인터뷰) 한 달 전, 《동아일보》 김윤종 기자와 전자책 가격에 대한 인터뷰를 했습니다. 그때 이렇게 말한 기억이 납니다.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는 “미국 등 해외를 봐도 전자책의 종이책 대체효과는 생각보다 낮다”며 “종이책 시장이 잠식될지라도 여기서 얻어지는 사업적 기회는 훨씬 많은 만큼 정액제, 대여제 등 다양한 전자책 서비스를 통해 시장을 활성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 가서 여러 세미나에서 공부하면서 제 생각이 별로 잘못되지 않았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독자가 원한다면, 언제, 어디서든, 어떤 방식으로든 콘텐츠를 공급하는 것이 출판의 중요한 일입니다. 미국에서 급격히 팽창하던 전자책 시장은 전체 시장의 30퍼센트 내외에서 오르락내리락할 것으로 예측됩니다. 독자들은 전자책이든, ..
문학권력 문제에 대하여 《문화일보》와 《동아일보》에 제 이름이 실린 기사가 나왔습니다. 문학권력 문제는 그다지 다루고 싶은 주제는 아닙니다. 비평 자본과 출판 자본이 한몸으로 결합되어 상생하는 현재와 같은 구조에서는 말 한마디 보탠다고 해결될 일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창비든, 문학동네든, 문학과지성사든 좋은 작품을 발굴해 세상에 알리고, 이를 훌륭한 비평으로 떠받쳐 왔지만 궁극적으로 보면 모두 사기업에 지나지 않습니다. 저는 문학에 지금까지 헌신해 온 세 출판사의 선의를 결코 의심하지 않지만, 결국 이 출판사들도 이익을 내고 손해를 줄여 파산을 면해야 하고 해마다 직원들의 복리를 향상해야 하는 기업입니다. 무슨 문학 협동조합도, 사회적 기업도 아니고, 기업의 그러한 기본 기능을 무겁게 떠맡은 회사들입니다. 문학 권력 문제를 논..
문학에 별도의 표절 기준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표절을 둘러싼 지금 국면에서 꼭 필요한 기사를 《한국일보》와 《동아일보》에서 썼다. 표절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를 도모하는 기사들이다. 좋은 기사들이다. 내 이름이 들어 있기에 아래에 스크랩한다. 하지만 솔직히 내용을 읽으면서 인용된 이른바 전문가들 발언에 조금 슬퍼지고 마음이 불편해졌다. 여기에 내 마음을 몇 자 적어 둔다.《한국일보》 기사에 모티브 표절이니 플롯 표절이니 하는 표현이 나오는데, 솔직히 이런 건 표절로 성립되기 정말 어렵다. 물론 법리를 다투어 더 엄격한 표절 기준을 만들면 가능하겠지만, 아마 그런 일이 실제로 벌어지면 창작의 자유가 극히 위축될 것이다. 모든 작가는 과거의 작품을 새로 쓰는 것인데, 이런 게 있으면 어찌 작품이 나올 수 있겠나. 상식을 넘어서 발언이다. 자꾸..
절각획선(切角劃線) - 2014년 1월 29일(수) 새 소설 『혁명 ―― 광활한 인간 정도전』의 출간을 앞두고 탁환이 찾아와서 술을 마시느라 어제는 글을 쓰지 못했다. 아직도 피곤하고 머리가 아프다. 작취불성(昨醉不醒). 술만 마시면 거의 이러는 것을 보면 이제 술과 정말로 이별할 때가 된 듯하다. 읽던 책들을 계속 읽어 가면서 새로운 책을 몇 권 호시탐탐 엿보는 중이다. 『헤밍웨이 단편선』(김욱동 옮김, 민음사, 2013)을 짬날 때마다 한 편씩 읽고 있다. 건드리면 주르르 모래로 쏟아질 듯한 건조한 문체의 극단을 보여 주는 작품들이 이어진다. 극도로 절제된 감정, 사건의 적요(摘要)만 따르는 냉혹한 시선……. 읽다 보면 저절로 숨이 막혀 오다가 어느새 인생의 달고 쓴 맛이 느껴지는 마지막 문장에 이르고 만다. 사색이나 표현이 아니라 건조와 속도로 승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