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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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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운동을 돌아보라 1919년 3월 1일 오후, 전국 일곱 도시에서 동시에 독립선언식이 거행됐다. 이것이 3・1운동의 시작이었다. 이 일을 계기 삼아 한반도 전역에서 시위와 봉기가 한 해 넘게 이어지면서 훗날 독립의 기틀이 되었다. 함석헌은 말했다. “3・1운동 없으면 오늘은 없다.” 민족이든, 국가든, 개인이든, 우리의 현재는 모두 이 운동의 유산이다. 그러나 3・1운동에는 ‘익숙한 무지’가 작용한다. 너무 당연해 더는 아무것도 궁금하지 않은 상태 말이다. 우리 중 대부분은 사실 3・1운동을 잘 모른다. 구체적으로 이 운동이 어떻게 전개되었고, 참여자가 어떤 정치적・경제적・사회적 체제를 꿈꾸었는지 등을 물으면, 대답은 교과서 수준의 일면적 진실을 넘어서지 못한다. ‘장터와 태극기’가 표상하는 ‘낮의 3・1운동’만 알기 때..
한 인문 편집자의 질문 『연구자의 탄생』(돌베개, 2022)을 읽는 중. 이 책에는 익숙한 이름들이 많다. 책이든 글이든, 대개 한 번쯤 읽어본 이름들이다. 이들에게 던져진 질문들은 소중하다. 편집자의 표현을 따라 압축하면, ‘나는 왜 이런 연구를 하고 글을 쓰는가?’ 학문 붕괴의 위기에 맞서서 편집자가 할 수 있는 일은 장(場)을 열어서 물음을 던지고, 답을 들어 독자에게 보고하는 일이다. 이 일을 멋지게 수행한 편집자에게 깊은 경의를 표한다. 아울러 어려운 기획에 참여해 학문적 지향을 보여준 연구자들에게도.... 책의 내용은 무척 흥미진진하다. 국문학, 영문학, 사회학, 여성학, 인류학, 정보학 등 여러 분야 청년 학자들이 현재의 세상과 학문에 대한 나름의 치열한 고민을 토로한다. 어떤 전선이 짜여가는 모습과 함께 흥미진진..
‘문장의 관료화’라는 말을 배우다 _ 다케우치 요시미의 『일본 이데올로기』(윤여일 옮김, 돌베개, 2017)를 읽다 비평가의 글은 자기가 속한 시대를 분석하고 그에 적절한 실천의 도구를 제시하면 그만이지만, 그 행위를 통해 후세의 사람들에게 생각의 도구를 제공하면 금상첨화다. 다케우치 요시미의 『일본 이데올로기』(윤여일 옮김, 돌베개, 2017)를 읽다가, ‘문장의 관료화’라는 표현에 사로잡혀 벌써 몇 주째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심장이 아주 예리하게 베인 느낌이다. 나 자신이 썼던 많은 글이 머릿속에 줄지어 떠오르면서 일종의 자괴감에 시달리는 중이다. 다케우치는 말한다. 무의미한 글이 세상에는 없지 않다. 가령, 관료의 글이 그렇다. 학자가 써내는 글도 태반이 그렇다. 문학자라고 해서 다를 바 없다. 그리고 그 상태가 현재 일본에서 특히 눈에 밟힌다. 일반적으로 말해 문장의 관료화라는 현상을 인정해야지 싶다. (1..
[2015년 출판 트렌드] 책에서 길을 묻다 _ 독(獨), 전(錢), 협(協), 리(理), 의(意) (시사인) 트렌드란 무엇인가? 과거가 기록한 미래다.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물처럼, 흐름이고 연속이어서 돌이킬 수 없을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기록은 오직 미래의 임무다. 과거는 기록할 수 없다. 기억할 만한 미래는 흔히 파괴이고 단절이며 전환의 형태를 취한다. 과거를 들여다보아도 미래를 알지 못하는 이유다. 미래는 미리 오지 않고 나중에 도래한다.창조자나 혁신가는 트렌드를 이야기하지 않는다. 차라리 자신이 미래를 발명하기 위해 맞서 싸워야 할 힘들에 주목하고, 힘들이 하나의 장(場)을 이루는 현실을 분석한다. 문제를 도출하고 해결책을 깊게 고민한다.출판은 고객의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공하는 솔루션 비즈니스의 일부다. 어떤 특정한 문제에 부닥쳤을 때, 사람들은 검색하거나 대화하는 대신 책을 읽는다. 올..
[베스트셀러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①] <지대넓얕> 채사장은 어떻게 스타 저자가 되었나? 이홍 대표와 같이 꾸미는 프레시안 좌담 [베스트셀러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를 블로그에 옮겨 놓습니다. 한 달에 한 번 만나서 베스트셀러를 중심으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생각입니다. 철지난 트렌드 분석이 아니라 현재에 대한 분석과 미래에 대한 담론이 될 수 있도록 애써 보려고 합니다. 채사장은 어떻게 스타 저자가 되었나? [베스트셀러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①] 출판업계가 불황이라고 합니다. 사람들이 책을 읽지 않아서겠지요. 2013년 문화체육관광부가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성인 1인당 연간 독서량이 9.2권, 월 0.76권에 불과했습니다. 다른 즐길 거리가 점차 많아지는데다, 책을 읽을 삶의 여유가 없다는 점이 원인일 겁니다.그러나 위기에도 기회는 오기 마련입니..
절각획선(切角劃線) - 2014년 1월 12일(일) 절각획선(切角劃線)은 책장의 귀를 접고 밑줄을 긋다는 뜻으로 리쩌허우가 쓴 글 제목에서 가져온 말이다. 이는 책의 핵심을 파악하려면 직접 몸을 움직여 체험하고 힘써 실천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 말을 읽기의 금언으로 삼아 매일의 기록을 남긴다. 그러고 보면 옛 선인들은 매일 읽은 것을 옮겨 적고, 나중에 이를 모아서 편집하여 하나의 책을 만듦으로써 읽기에 대한 경의를 표함과 동시에 그로써 새로운 지혜를 축적하고 표명했다. 이 기록이 언젠가 그 끝자락에라도 닿기를 바라면서. (1) 드니 디드로, 『운명론자 자크와 그의 주인』(김희영 옮김, 민음사, 2013) 중에서 ― 자연은 너무나 다양하며 특히 인간 본능과 성격에 관해서라면, 자연으로부터 그 관찰과 체험을 취하는 시인의 상상력에서 괴상한 것은 아무것도 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