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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자크, 정치의 절망에서 문학의 희망으로 1830년 프랑스에서 7월 혁명이 일어난다. 혁명 직후, 서른한 살 청년 발자크는 깊은 고뇌에 사로잡힌다. 발자크 생각에, 가장 확실한 것이 불확실해졌다. 혁명 세력이 진보라 부르는 역사의 흐름을 돌이킬 수 없는 건 분명하다. 그러나 돌아가는 꼴을 보니 그 흐름이 ‘인간다운 삶’의 실현을 향해 열린 것인지를 도무지 알 수 없다. 앞으로 나아가지도, 뒤로 돌아서지도 못하는 양난의 상황에서 발자크는 방황한다. 1789년 프랑스 대혁명과 공포정치, 1799년 ‘브뤼메르 18일의 쿠데타’에 이은 나폴레옹 집권, 혁명 이념을 전파하기 위한 잇따른 전쟁과 1815년 워털루 전투 패전으로 인한 나폴레옹 유배, 루이 18세의 복고 왕정과 특권을 유지하려는 귀족들의 폭정 등. 프랑스는 대혁명 이후 격동적이고 드라마틱한 ..
인공지능의 대가가 삶의 마지막에서 깨달은 것 “언제나 계산하고 모든 것을 숫자로 보는 태도는 우리 내부에 진실로 존재하는 것을 좀먹어요. 우리한테 진정한 삶을 살게 해 주는 사랑을 질식사시켜요.”조용한 산사에서 타이완의 싱윤 큰스님이 말한다. 눈물을 흘리며 듣는 사람은 구글차이나 설립자이자 창신그룹 회장인 리카이푸. 『AI 슈퍼파워』(이콘)의 한 장면이다. 세계적인 인공지능 전문가인 리카이푸는 ‘잘 나가는’ 사람이었다. 카네기멜론 대학에서 공부해 인공지능 연구의 첨단에 있었고, 인공지능 경제가 새로운 발견의 시대에서 빠른 실행의 시대로 전환되었음을 통찰함으로써 글로벌비즈니스의 정점에 섰다. 《타임》 선정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대 인물’에도 들었다. 날개를 단 채 하늘로 오를 것만 같았다. 그러나 모든 것이 한 순간 멈추었다. 2013년..
행복에 맞추어 돈을 벌자 행복에 맞추어 돈을 버는 사람 오늘의 추천도서!!오하라 헨리의 『나는 일주일에 이틀만 일하기로 했다』, 정현옥 옮김(루비박스, 2017)나는 도무지 이와 비슷하게 살고 있지 못하지만ㅜㅜ 일과 삶의 균형을 고민하는 모든 이들과 함께 읽고 싶다. 이 책은 돈에 맞추어 인생을 사는 것이 아니라 행복에 맞추어 살려고, 일을 최소한만 하기로 한 사람의 이야기다. “학교에서 절대로 가르쳐 주지 않는 것 중의 하나가 돈 버는 방법이다. 그런데 더욱 가르쳐 주지 않는 것은 돈을 벌기 전의 마음가짐이다. 주어진 환경이나 물욕, 필요한 돈의 액수도 사람에 따라 다른데, 왜 다들 일주일에 5일씩 일해야 하는 건지 의문을 가져 본 사람? 필요한 만큼 일하면 만족하는지, 토 나올 정도로 바쁘게 일하는 게 좋은지, 나는 사회가 ..
천천히 읽을 수밖에 없는 책 - 시어도어 젤딘의 『인생의 발견』(문희경 옮김, 어크로스, 2016) 일반적으로 책은 특정한 방식으로 읽도록 되어 있다. 책을 이루는 문장이 만드는 호흡은 읽기의 속도나 밑줄이나 메모의 유무 등을, 심지어 장소까지도 결정한다. 주말에 시골마을에서 읽으려고 시어도어 젤딘의 『인생의 발견』(문희경 옮김, 어크로스, 2016)을 챙겨 갔다. 올해 여섯 번째 책으로, 청탁과 관계가 없었으므로 그야말로 자유롭게 읽기 시작했다. 앞머리부터 가슴을 두드리는 문장들이 넘친다.“인간은 자유롭게 태어나지 않았다. 누구나 낯선 사람과 낯선 세상에 대한 두려움을 안고 있다. 하지만 역사는 공포와 굴복의 기록일 뿐 아니라 위험에 도전한 기록이다. 특히 호기심에 이끌려 저항한 기록이다. 호기심은 빛을 어둠으로 바꾸는 온갖 종류의 공포에서 벗어나기 위한 최선의 길이고, 문제를 미세한 분자로 분해해서..
[2015년 출판 트렌드] 책에서 길을 묻다 _ 독(獨), 전(錢), 협(協), 리(理), 의(意) (시사인) 트렌드란 무엇인가? 과거가 기록한 미래다.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물처럼, 흐름이고 연속이어서 돌이킬 수 없을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기록은 오직 미래의 임무다. 과거는 기록할 수 없다. 기억할 만한 미래는 흔히 파괴이고 단절이며 전환의 형태를 취한다. 과거를 들여다보아도 미래를 알지 못하는 이유다. 미래는 미리 오지 않고 나중에 도래한다.창조자나 혁신가는 트렌드를 이야기하지 않는다. 차라리 자신이 미래를 발명하기 위해 맞서 싸워야 할 힘들에 주목하고, 힘들이 하나의 장(場)을 이루는 현실을 분석한다. 문제를 도출하고 해결책을 깊게 고민한다.출판은 고객의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공하는 솔루션 비즈니스의 일부다. 어떤 특정한 문제에 부닥쳤을 때, 사람들은 검색하거나 대화하는 대신 책을 읽는다. 올..
‘인문학, 삶을 말하다’는 왜 기획되었고,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 ‘대안연구공동체’에서 기획하고 신설 출판사 길밖의길에서 출간한 ‘인문학, 삶을 말하다’ 시리즈가 나왔다. 김재인의 『삼성이 아니라 국가가 뚫렸다』, 장의준의 『좌파는 어디 있었는가?』, 서동은의 『곡해된 애덤 스미스의 자유 경제』, 문병호의 『왜 우리에게 불의와 불행은 반복되는가?』 등 네 권의 책이 우선 출간된 이 시리즈에 아이디어를 제출한 사람으로 몇 마디 소회가 있어서 아래에 적어 둔다. ‘인문학, 삶을 말하다’는 왜 기획되었고,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 ‘대안연구공동체’에서 기획한 ‘인문학, 삶을 말하다’ 시리즈에 아이디어를 발의한 사람으로서 이에 대한 소감을 간략히 밝혀두고자 한다. ‘작은 책’이라고 스스로 부르고 있지만, 한마디로 말하자면, 이는 큰일을 저질러 놓고 책의 겉모습으로써 이를 슬쩍 ..
존 우드의 『히말라야 도서관』(이명혜 옮김, 세종서적, 2008)을 읽다 지난 주말에는 잦은 술자리로 지쳐 있어서 조금 가벼운 책을 읽으면서 기분 전환을 하고 싶었다. 그럴 때에는 책에 대한 책을 읽는 것이 내게는 가장 편안한 일이다. 그래서 몇 권의 책을 골라서 소파 옆에 놔두었는데, 그중 하나가 네팔, 베트남, 캄보디아 등지에서 학교와 도서관을 지어 주는 사업을 벌이는 사회 운동가 존 우드의 『히말라야 도서관』(이명혜 옮김, 세종서적, 2008)이었다. 이 책의 내용은 ‘세계 오지에 3000개의 도서관, 백만 권의 희망을 전한 한 사나이 이야기’라는 부제에 깔끔하게 압축되어 있다. “스타벅스가 6년 동안 500개의 매장을 열었다면, 그는 3000개의 도서관을 지었다!"라는 표지 뒷글은 이 책의 가치를 한눈에 보여 준다. 이 책의 주인공 존 우드는 마이크로소프트의 마케팅 담..
나쓰메 소세키의 『태풍』(박현석 옮김, 현인, 2012)를 읽다. 1며칠 동안 틈을 내어 나쓰메 소세키의 『태풍(野分)』(박현석 옮김, 현인, 2012)를 읽었다. 여름 무렵부터 국내에 출간된 소세키 작품을 하나씩 챙겨 읽기 시작했는데, 『도련님』(양윤옥 옮김, 좋은생각, 2007)과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진영화 옮김, 책만드는집, 2011)에 이어서 세 번째이다. 소세키 소설들은 어느 작품이든 깊은 사유의 힘과 반짝이는 위트를 동시에 갖추고 있다. 『태풍』은 나쓰메 소세키가 아사히신문사에 입사하여 전업 작가로서 살아가기 직전인 1907년에 쓴 작품으로, 이전 작품인 『도련님』이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에 비하면 다소 직설적이고 관념적으로 작가의 문학에 대한 속마음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이 때문에 이 작품은 생동감은 다소 떨어지는 편에 속한다. 그러나 이 작품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