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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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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정균(溫庭筠)의 「보살만(菩薩蠻) 4」 보살만(菩薩蠻) 4 푸른 꼬리 금빛 깃털 물수리 한 쌍(翠翹金縷雙鸂鶒), 물결무늬 살짝 이는 봄 연못이 파라네(水紋細起春池碧). 연못가 해당화는(池上海棠梨) 비 갠 후 가지를 붉은 꽃으로 채웠구나(雨晴紅滿枝). 수놓은 저고리로 보조개를 살짝 가리는데(繡衫遮笑靨) 안개처럼 무성한 풀에는 나비가 달라붙었네(烟草粘飛蝶). 청색 창살 밖엔 향기로운 꽃들이 만발한데(靑瑣對芳菲) 옥문관 너머 임 소식은 드물기만 하구나(玉關音信稀). ==== 온정균(溫庭筠, 812∼870)은 만당(晩唐)의 시인으로 노래 가사를 잘 지어서 이름이 높았다. 제목의 보살만(菩薩蠻)은 기루에서 주로 불리던 노랫가락의 한 종류이다. 온정균은 이 노랫가락에 맞추어 여러 편 작품을 지었는데, 이 작품은 그중 한 편이다. 봄의 화려한 색채감이 돋..
[시골마을에서 한시를 읽다] 상건(常建)의 왕창령이 숨어 살던 곳에 묵으면서[宿王昌齡隱居] 왕창령이 숨어 살던 곳에 묵으면서 상건(常建) 맑은 시내는 깊어서 잴 수가 없는데,숨어 살던 곳에는 오직 외로운 구름뿐.소나무 가지에 걸린 초승달,맑은 빛은 아직도 그대를 위해 비추네. 宿王昌齡隱居淸溪深不測,隱處唯孤雲.松際露微月,淸光猶爲君. 상건(常建, 708~765?)은 성당(盛唐) 때의 시인입니다. 예전에 같이 공부했지만, 당시(唐詩)는 크게 초당(初唐), 성당, 중당(中唐), 만당(晩唐)으로 시기가 구분됩니다. 이른 절정을 맞고 그 여파가 오래갔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성당 때에는 이백과 두보가 활약하면서 시의 꽃을 활짝 피웠습니다. 상건도 그 무렵의 시인입니다. 왕창령(王昌齡, 698~765?) 역시 성당 때의 뛰어난 시인입니다. 상건보다 열 살 위였지만, 두 사람은 개원(開元) 15년(727년)..
[마을에서 읽는 한시 1] 독좌경정산(獨坐敬亭山) 獨坐敬亭山李白衆鳥高飛盡孤雲獨去閑相看兩不厭只有敬亭山 홀로 경정산(敬亭山)에 앉아서이백 뭇 새들 높이 날아 사라지고외로운 구름 홀로 한가로이 떠 가네.서로 바라보아도 싫증 나지 않는 건오직 경정산이 있을 뿐이지. 일주일에 세 번 홍동밝맑도서관에서 아침에 한시를 읽고 있다. 당시(唐詩)를 기본으로 해서 우리나라 한시들을 주로 읽으려 하지만, 가끔 마을 주변에서 만나는 시들도 구해서 함께 우리말로 옮기면서 읽기도 한다. 여기에 차례대로 짤막한 감상을 붙여서 옮겨 둔다.이 시는 예전에 이미 읽은 적이 있지만, 김연수가 『청춘의 문장들』에서 애송한다고 밝힌 후에 새삼 눈에 들어와서 찬찬히 살펴 읽게 되었다. 김연수는 이렇게 말했다. 내 마음 한가운데는 텅 비어 있었다. 지금까지 나는 그 텅 빈 부분을 채우기 위해 ..
[한시 읽기] 도연명, 술을 마시고(飮酒) 제5수 飮酒 陶潛 結廬在人境而無車馬喧問君何能爾心遠地自偏採菊東籬下悠然見南山山氣日夕佳飛鳥相與還此中有眞意欲辨已忘言 (1) 음주(飮酒) : 전체 스무 수의 연작으로 이 시는 그 중 다섯 번째 작품이다. 첫 번째 작품에는 “내가 한가하게 살다 보니 기쁜 일이 적은데 더하여 밤도 길어졌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좋은 술을 얻어 밤이면 마시지 않을 때가 없었다. 내 그림자를 돌아보며 홀로 모두 마시고 나면 어느새 취하곤 했다. 취하고 나서 곧 몇 구절 적은 후 스스로 즐거워했는데, 종이에 쓴 것은 많아졌지만 글에 차례가 없었다. 이에 친구에게 부탁해 이들을 쓰게 하니 이는 다만 함께 즐기고 웃으려 했을 뿐이다(余閒居寡懽, 兼此夜已長. 偶有名酒, 無夕不飮. 顧影獨盡, 忽焉復醉. 旣醉之後, 輒題數句自娛, 紙墨遂多, 辭無詮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