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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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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식이란 무엇인가 한 달에 한 차례, 《대전일보》에 쓰는 칼럼입니다. ‘미식의 시대’입니다. 먹방이 인기를 끌고, 이른바 맛집이 넘쳐나죠. 하지만 맛이란 무엇일까요. 명절을 맞이해서 집집마다 음식이 푸짐하겠죠. 맛의 의미를 한 번 생각해 보았습니다. 미식이란 무엇인가 미식의 시대다. 맛집 탐방은 이 시대의 성지 순례요, 먹방은 이 시대의 복음이요, 음식 평론가는 이 시대의 사도다.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알쓸신잡)이라는 이름의 하찮은 정보 목록에도 음식이 한 자리를 차지한다. 그런데 무엇이 맛있는 것인가? 맛의 뿌리는 향토에 있다. 산과 들과 강과 바다로부터 얻은 재료에 갖은 정성을 다하면 충분하다. 흔히 ‘고향의 맛’이라 불린다. 뮈리엘 바르베르의 장편소설 『맛』(홍서연 옮김, 민음사, 2011)에 따르면, ..
[시골마을에서 논어를 읽다 2] 학이시습지(學而時習之, 배우고 때에 맞추어 익히다) 1-1 공자가 말했다. “배우고 때에 맞추어 그것을 익히면 역시 즐겁지 않겠는가? 벗이 있어 먼 곳으로부터 찾아오면 역시 즐겁지 않겠는가?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더라도 성내지 않는다면, 역시 군자답지 않겠는가? 子曰, 學而時習之, 不亦說乎? 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 人不知而不慍, 不亦君子乎? 자왈(子曰), 학이시습지(學而時習之), 불역열호(不亦說乎)?먼저, 자왈(子曰)에 대해 이야기하겠습니다. 자(子)는 ‘선생’이라는 뜻입니다. 본래 경대부(卿大夫)를 부르는 말이었습니다. 제자들이 스승을 공자로 부른 것은, 그가 노나라에서 대부를 지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공자는 스승-제자 관계를 창시한 사람이었으므로, 이 말은 점차 스승을 가리키는 말로 널리 쓰이게 되었습니다. 대개 공자(孔子), 맹자(孟子), 노..
[시골마을에서 대학을 읽다] 군자불출가이성교어국(君子不出家而成敎於國, 군자는 집안을 나서지 않고도 나라에 가르침을 이룩할 수 있다) 이른바 나라를 다스리려는 사람은 반드시 먼저 그 집안을 가지런히 해야 한다는 것은 그 집안을 가르칠 수 없으면서 능히 남을 가르칠 수 있는 사람은 없다는 말이다. 그러므로 군자는 집안을 나서지 않고서도 나라에 가르침을 이룩할 수 있는 것이다. 효도는 그로써 임금을 섬기는 바요, 공손함은 그로써 어른을 섬기는 바요, 자애로움은 그로써 백성들을 부리는 바이다. 所謂治國必先齊其家者, 其家不可敎, 而能敎人者無之, 故君子不出家而成敎於國. 孝者, 所以事君也, 弟者, 所以事長也, 慈者, 所以使衆也. 오늘부터는 전(傳) 9장을 읽도록 하겠습니다. ‘제가(齊家)’와 ‘치국(治國)’을 관련지어 설명하는 문장입니다. 여기에서 ‘가(家)’는 요즘의 식구를 가리키는 말이 아닙니다. 좁게는 씨족 가문을 칭하는 것이고, 넓게는 한..
[시골마을에서 대학을 읽다] 심부재언(心不在焉, 마음이 여기에 있지 않으면) 이른바 몸을 닦는 것이 그 마음을 바르게 하는 데 있다는 것은, 몸에 분하고 성냄이 있으면 그 바름을 얻지 못한다는 것이요, 무섭고 두려워함이 있으면 그 바름을 얻지 못한다는 것이요, 좋아하고 즐김이 있으면 그 바름을 얻지 못한다는 것이요, 근심하고 걱정함이 있으면 그 바름을 얻지 못한다는 것이다. 마음이 여기에 있지 않으면 보아도 보이지 않고, 들어도 들리지 않고, 먹어도 그 맛을 알지 못한다. 이를 일컬어 몸을 닦는 것은 그 마음을 바르게 하는 데 놓여 있다고 한 것이다. 所謂修身在正其心者, 身有所忿懥, 則不得其正, 有所恐懼, 則不得其正, 有所好樂, 則不得其正, 有所憂患, 則不得其正. 心不在焉, 視而不見, 聽而不聞, 食而不知其味. 此謂修身在正其心. 전(傳) 7장은 8조목 중에서 ‘정심(正心)’을 풀이..
절각획선(切角劃線) - 2014년 1월 31일(금) 설이다. 새벽에 일어나 재계한 후 오전에는 제사 올리고 세배 치르고 아버지 유택에 참묘하느라, 오후에는 정체를 뚫고 다섯 시간에 걸쳐 대전 처가에 내려왔다. 몸이야 비록 고단하지만 이렇게 한 번씩 만나 쌓아 두지 않으면 가족, 친척 간의 인정도 금세 잃어버리고 말 것이다. 근대는 단단한 모든 것을 공중에 날려 버렸기에, 예절처럼 형태로써 마음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에 대하여 우리는 극도의 어색함, 또는 심하게 말하면 적대감을 품게 되었다. 그러나 심형일체(心形一體)의 뜻을 되새겨 보는 것은 어쩌면 앞으로의 지식에 가장 시급한 것일 수 있다. 처가에 도착해 잠시 동서가 오기를 기다리는 사이를 틈타서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박철 옮김, 시공사, 2004)와 로버트 콜스의 『하버드 문학 강의』(정해영 옮김, ..
절각획선(切角劃線) - 2014년 1월 27일(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는 함부로 묻지 못할 질문이다. 사람들은 이 고통스러운 질문이 자신 앞에 제발 다가오지 않기를 끊임없이 기원한다. 지독한 어리석음! 그러나 살아가면서 어떠한 경우에도 이 질문을 회피할 길은 없다. 이것은 세계의 어둠 속에서 불쑥, 그러나 치명적으로 우리를 엄습한다. 그때는 이미 늦었다. “자기 자신의 빛이 없다면 타인의 빛으로 자신을 밝힐 수는 없다.”(『라 셀레스티나』) 오늘 후배랑 아주 길게 이야기하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오늘부터 20세기 중국 최대의 사상가 중 한 사람인 지셴린(季羨林)의 에세이 『인생』(이선아 옮김, 멜론, 2010)을 읽기 시작했다. 이번 알라딘 세일 때 샀던 책 중 하나다. 베이징대의 터줏대감 중 한 사람으로 ‘국학대사(國學大師)’라고 불린 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