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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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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랑한다, 남편과 남자친구 모두를 동시에 죽을 때까지 이성 한 사람만 사랑하고 결혼하고 아이 낳고… 이 시대 사랑의 통념을 의심, 철학자 자기 경험으로 풀어내 “내 남자친구의 아파트를 나와서 남편과 같이 사는 우리 집으로 걸어가는 아침이면, 이 시대와 장소에서 흔히 이해하는 로맨틱한 사랑의 방식과 나 자신의 로맨틱한 사랑 경험 사이에 존재하는 괴리에 대해 이따금 생각에 빠지곤 한다.” 『사랑학 개론』(여문책, 2019)의 첫 쪽에 나오는 문장이다. ‘어쩔 수 없이’ 불편한 마음과 함께 도발적 호기심이……. 저자 케리 젠킨스는 철학자. 러셀과 비트겐슈타인의 분석철학 전통이 엄연한 케임브리지 트리니티칼리지에서 공부했고, 현재 브리티시콜럼비아대학교 철학 교수다. ‘탐구된 고백’은 철학의 전통에 속한다. 고대에서 중세로, 중세에서 근대로 넘어가는 시기..
집어들고 읽어라(Tolle, Lege) _ 읽기의 힘에 대하여 “어디에서 무엇이 잘못되었는가?”『고백』에서 아우구스티누스는 묻는다. 인생 전체가 비틀린 것 같은 지독한 불안에 사로잡혀 안절부절못하면서 그는 정원을 이리저리 서성인다. 마음이 좀처럼 답을 얻지 못하고 미몽(迷夢)이 길어질 때, 문득 옆집에서 아이가 말하는 소리가 들려온다.“톨레 레게(Tolle, Lege)!”집어들고 읽어라. 하느님은 천사를 통해 계시하지 못할 때, 흔히 아이의 입을 빌리곤 한다. 읽어라. 희망 없는 좌절이 길어질 때, 해답 없는 절망이 연이어질 때, 하느님은 말한다. 집어들고, 읽어라. 그래서 아우구스티누스는 성서를 다시 읽었다. 성서를 읽은 후 신의 목소리를 듣고, 교회를 다시 써서 세계의 기울어진 축을 바로 세웠다.읽기는 인간이 혼자 살아가지 않도록 막아 주는, 신 없이 신의 언어..
[문화일보 서평] 생각하고 먹는 모든 것 공유 ‘超연결사회’에서의 내 삶 _타인의 영향력 생각하고 먹는 모든 것 공유 ‘超연결사회’에서의 내 삶타인의 영향력 / 마이클 본드 지음, 문희경 옮김 / 어크로스 책은 다음과 같은 감동적인 문장으로 끝난다. “우리는 다양한 흐름에 휩쓸리지만, 우리를 우리로 만들어 주는 존재는 바로 함께 헤엄치는 사람들이다.” 언뜻 평범해 보이지만 저자와 함께 헤엄쳤던 사람들은 이 문장이 얼마나 뜨거운지 안다. 이름은 마이클이지만 본드 가문에 속한 사람답게 저자는 지하 감옥에서 우주 공간으로, 인도양의 무더운 밀림에서 남극의 얼어붙은 고원으로,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에서 9·11테러가 일어났던 뉴욕의 쌍둥이 빌딩 속으로 종횡무진 옮겨 다니면서 도저히 불가능해 보이는 각종 임무를 수행한다. 해결해야 할 질문은 때마다 상황마다 다르지만, 뭉치고 모여서 결국 최후의 한 가지..
편집자는 고백해야 하는가? 요즘 출판계에서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본격 출판 팟캐스트 [뫼비우스의 띠지]의 첫 번째 방송 제목은 ‘사장님의 SNS’였다. 여기에 이른바 출판의 소셜화에 대한 고통스러운 유머가 있고, 신랄한 자기 긍정이 있으며, 변화에 대한 슬픈 응시가 있다. 출판이란 본질적으로 소통에 대한 것이고, 책은 그것을 위한 도구 중 하나이므로, 편집자나 영업자가 저자 또는 독자가 만나는 장을 열어 소통을 증진하는 것은 어쩌면 차라리 의무에 속할 것이다. 그런데 왜 이 행위 앞에 고통, 신랄, 슬픔과 같은 수식어를 붙여야 하는 것일까. 무엇이 우리를 이곳에서 길 잃게 한 것일까.편집자는 고백해야 하는가? 이 낯선, 그러나 신선한 질문에 대한 답을 나는 찾지 못했다. 소셜이 가져온 저비용 고효율의 마케팅은 말 그대로 저비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