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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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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서평] 바보야, 문제는 정치야! _ 로버트 라이시, 『자본주의를 구하라』(안기순 옮김, 김영사, 2016) 미래를 이야기할 때마다 사람들은 경제가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언뜻 보면 당연하다. 정치는 나와는 별 관련 없이 멀어 보이고, 먹고사는 문제는 피부로 와 닿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정치는 지겨워하지만, 사실 정치가 무언가를 해결해 줄 수 없을 듯한 허무에 빠져 있지만, 경제를 정치와 무관한 것으로 바라보는 이러한 시각을 퍼뜨리는 것이야말로, 부를 독점한 소수가 정말로 바라는 일이다. 로버트 라이시는 경제란 사회 바깥에 있는 신성 불가침의 영역이 아니라, 정치를 통해서만 비로소 그 사회적 실체를 드러낸다고 생각한다. 오늘날 자본주의는 소수가 부를 독점할 뿐만 아니라, 대항적 세력의 힘을 약화시킴으로써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부를 독점하기 쉽도록 경제적 규칙을 끝없이 세부적으로 고쳐가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르네상스시대에도… 루이 14세때도… 회계(會計)가 곧 ‘심판’이었다 2주에 한 번씩 《문화일보》에 서평을 씁니다. 이번에 다룬 책은 역사학자 제이컵 솔의 『회계는 어떻게 역사를 지배해왔는가』(정해영 옮김, 메멘토, 2016)입니다. 아우구스투스 황제 이래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회계가 역사에 어떠한 역할을 해왔는지를 추적한 아주 흥미로운 책입니다. 서평에는 충분히 표현하지 못했지만, 제 평소 관심사 때문인지, 특히 회계적 상상력이 문학과 예술에서 어떻게 발현되었는가를 이야기한 부분이 무척 흥미로웠습니다. 단테, 보카치오, 디킨스, 라블레, 로크, 마키아벨리, 몽테뉴, 발자크, 베이컨, 생시몽, 세르반테스, 소로, 스위프트, 아우구스투스, 올컷, 워즈워스, 콘래드, 카스틸리오네, 키케로, 마크 트웨인 등 이 책에 나오는 인물만으로 따로 문학사를 구성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이..
[한시 읽기] 한무제의 추풍사(秋風辭) 秋風辭 漢武帝 秋風起兮白雲飛 草木黃落兮鷹南歸 蘭有秀兮菊有芳 懷佳人兮不能忘 泛樓船兮濟汾河 橫中流兮揚素波 簫鼓鳴兮發棹歌 歡樂極兮哀情多 少壯幾時兮奈老何 가을바람에 부치는 노래[秋風辭] 한나라 무제(漢武帝) 가을바람이 불어오니 흰 구름이 날리는데푸나무는 누레져 떨어지고 기러기는 남으로 돌아가네.산란(山蘭)에는 꽃이 피고 국화에는 향기가 나는데가슴에 품은 아름다운 여인 잊을 수가 없구나.다락배 띄워 분하(汾河)를 건너는데물길 가로지르니 흰 파도가 일어나네.퉁소 불고 북 울리며 뱃노래 부르니즐거움이 다할수록 슬픔도 커지누나.젊은 날이 얼마나 가리, 늙어 감은 어찌할꼬. (1) 사(辭) : 시 형식의 하나로 이 작품이 『초사(楚辭)』의 흐름을 이었음을 보여 준다.(2) 무제(武帝, 기원전 156~기원전 87) : 성..
절각획선(切角劃線) - 2014년 1월 15일(수) 절각획선(切角劃線)은 책장의 귀를 접고 밑줄을 긋다는 뜻으로 리쩌허우가 쓴 글 제목에서 가져온 말이다. 이는 책의 핵심을 파악하려면 직접 몸을 움직여 체험하고 힘써 실천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 말을 읽기의 금언으로 삼아 매일의 기록을 남긴다. 그러고 보면 옛 선인들은 매일 읽은 것을 옮겨 적고, 나중에 이를 모아서 편집하여 하나의 책을 만듦으로써 읽기에 대한 경의를 표함과 동시에 그로써 새로운 지혜를 축적하고 표명했다. 이 기록이 언젠가 그 끝자락에라도 닿기를 바라면서. (1) 드니 디드로, 『운명론자 자크와 그의 주인』(김희영 옮김, 민음사, 2013) 중에서 ― 여자들만이 사랑할 줄 안답니다. 남자들은 사랑에 대해 아무것도 몰라요. (156쪽)― 육체를 가진 두 존재가 최초로 서약한 곳은 부서지는 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