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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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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독서공동체를 찾아서] <4> 감상 내용·장소·뒤풀이자리까지 빼곡… 조선 선비 詩會 기록 보는 듯 (부천 언니북) 초록색 표지가 아주 산뜻하다. 흰 글씨로 위쪽에는 ‘언니북’이라는 제목이 달렸고, 아래에는 영문으로 ‘only book’이라고 적혔다. 우리말로 읽으면 상냥하고, 영문으로 읽으면 뜻이 선명하다. 언니들의 책 모임, 오로지 책이라는 뜻이다. 100회 모임을 기념해 만들고, 서로 나누어 가진 토론 기록집이다. 기록은 치밀하고 철저하다. 날짜, 장소, 참석자, 토론 내용은 당연하고, 같이 모여서 기념으로 찍은 사진과 모임 후 뒤풀이 일까지 하나도 빠짐없이 들어 있다. 마치 조선 선비들의 시회(詩會) 기록을 보는 듯하다. 6명 언니들의 오로지 책 모임첫 모임이 있었던 날을 살펴보자. 2010년 7월 6일 화요일 저녁이다. “첫날 시작은 네 명”이라고 적혀 있다. 직장 근처 한식집 메이필드에서 먼저 네 사람이 모..
출판사의 입장에서 본 한국 출판산업의 동향과 전망 어제 오후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서 주최한 2014 출판산업 컨퍼런스에서 토론 겸 발제했습니다. 출판사의 입장에서 2014년의 출판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어 발표했습니다. 제가 보기에 최근 출판사의 움직임 중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출판의 서비스업화 또는 복합 산업화입니다. 하나 더 주목할 것이 있다면, 극도로 떨어진 발견성을 높이기 위해서 자체 미디어를 갖는 출판사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입니다. 아래에 토론문을 옮겨 적습니다. 지나간 시간이 앞으로 올 시간을 미리 보여 주거나 지시하지 못할 때가 있다. 격변과 전환, 단절과 도약이 일어날 때 나침반의 바늘은 극을 가리키지 못하고 제자리를 맴돌게 마련이다. 출판 산업이 전반적인 정체 또는 수축 상태에 빠지기 시작한 2010년 이래..
미생, 재생, 신생, 공생 ― 2014년의 독서 트렌드 읽기 KBS의 ‘TV 책을 보다’ 프로그램 자문위원으로 일하게 되었다. 어제 저녁 첫 모임이 있었는데, 부탁을 받아서 발제 형식으로 2014년의 출판을 미생, 재생, 신생, 공생의 네 가지 키워드로 정리해 보았다. 여기에 옮겨 둔다. 미생, 재생, 신생, 공생― 2014년의 독서 트렌드 읽기 도서정가제를 이야기하지 않고 2014년 출판을 이야기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 모든 서적의 할인율을 정가 대비 15% 이내로 제한한 법이 통과되고, 지난 11월 21일부터 전면 시행됨에 따라 올해 내내 출판사는 출판사대로 최대 90%에 이르는 출혈적 할인으로 재고를 떨어내려 했으며, 독자는 독자대로 정가제 시행 이전에 싼값에 필요한 책을 사 두려 했다. 그에 따라 출판계 전체는 말 그대로 대혼란 상태에서 한 해를 억지로 ..
이성으론 설명 안 된다, 들끓는 한국 사회(중앙일보) 이성으론 설명 안 된다, 들끓는 한국 사회출판가는 지금 감정사회학 붐 출판가에서 ‘감정’이 주목받고 있다. 철학자 강신주의 『감정수업』, 강준만(전북대 신문방송학) 교수의 『감정 독재』, 번역서인 『탈감정사회』 등 감정을 공통분모로 하는 책이 지난해 말부터 잇따라 출간됐다. 올 상반기 중에 미국 법철학자 마사 너스봄의 신간 『Political Emotions(정치적 감정·가제)』도 출판사 글항아리에서 번역돼 나올 예정이다. 정치적 판단에 미치는 감정의 영향을 분석한 책이라고 한다. 이뿐 아니다. 계간 문예지 ‘문학동네’는 봄호 특집으로 감정을 다룬다. 바야흐로 ‘감정 전성시대’라 할 만하다.강신주의 『감정수업』(민음사)은 시의성 있는 주제 선정에다 스타 강사인 저자의 인기가 한몫하며 눈길을 끌고 있다. ..
드디어 돈키호테의 끝이 보이다 월요일 철학자 강신주가 SBS 텔레비전 힐링 캠프에 출연한 덕분에 『감정 수업』(민음사, 2014)의 판매량이 세 배 정도 올랐다. 관련해서 여러 가지 일들을 챙기느라 도저히 틈을 낼 수가 없었다. 게다가 작년도 직원 업무 평가도 하고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에서 곧 나올 책에 실린 좌담 원고 정리도 하느라 사적인 글을 쓸 시간은 없었다. 오늘 낮에는 『심경호 교수의 동양고전 강의 ―― 논어』(민음사, 2013)을 낸 심경호 선생님을 만나서 점심을 먹었는데, 새롭고 신기한 이야기도 많이 듣고, 환갑의 나이에도 학문의 열정에 불타는 모습에 큰 감명을 받았다. 나이 들어서도 계속 배우고 공부하고 읽고 쓸 수 있다면 어찌 기쁘지 않겠는가. 이제 『돈키호테』(시공사, 2004)의 끝이 보이는데, 너무나 아쉽다. 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