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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은 영원한 벤처야(박맹호 회장 추모사) 《한국일보》에 박맹호 회장님 추모사를 실었습니다. 부음을 듣고 홀로 망연히 앉아 있는데, 갑자기 머릿속에서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이것이 한국 최대의 단행본 출판그룹인 민음사의 출판원리입니다. 아마도 회장님께서 이 목소리를 세상에 전하라는 것 같았습니다. 아래에 옮겨 둡니다. 새벽에 부음을 듣고, 가슴속 등불이 꺼지는 기분이 들었다. 스물다섯 살에 어린 나이로 박맹호 회장을 만나 스무 해 넘도록 곁에서 책을 배우고, 편집자의 길을 익히고, 출판의 세상을 경험했다.말년 휴가를 나와 면접에 간 날이 마치 어제 같다. 긴장하며 자리에 앉았는데, 첫마디는 대뜸 “언제 출근할 거냐?”였다. 엉겁결에 제대 다음 주라고 해버렸다. 코끝에 걸린 안경 너머로 바라보던 눈빛의 형형함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 대답이 내 운명..
너무도 성급하게 가로짜기로 바꾸었다(심우진) 아쉽게도 오늘날의 책에서는, 전통과 수학적 규범에 바탕을 둔 납활자 조판의 엄격함도, 기계적 고효율에 바탕을 둔 사진 식자의 자유분방함도 느껴지지 않는다. 민숭민숭하고 갈팡질팡하는 모습이다. 할 수 있는 것이 너무 많아서이기도 할 것이다. 디지털과 관련한 정체성 혼란은 이전 시대를 훑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왜’에 대한 근거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심우진, 「20세기 본문 조판 유람기(1)」, 《기획회의》 415호, 2016년 5월 20일, 64쪽) 《기획회의》가 올 때마다 가장 꾸준히, 열심히 읽는 글은 심우진의 연재 ‘편집자를 위한 북디자인’이다. 그런데 이번 호에 실린 글은 특별히 흥미로웠다. 요즘 본문 편집의 비성찰적 장식성에 대한 불만을 적잖이 품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디지털과 관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