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잡문(雜文)/걷는 생각

과학자처럼 생각하는 법

어떤 사건이 벌어졌을 때, 입장에 따라서 사람들 의견이 갈리고 생각이 달라지는 걸 자주 본다. 이럴 때 무엇이 더 진실에 가까운지, 어느 쪽이 거짓을 퍼뜨리는지 판단하는 건 매우 중요하다. 인생 앞날은 선택에 달렸고, 선택은 사고 능력에 좌우되기 때문이다. 특히, 한쪽이 진실에 더 가깝고 다른 쪽은 단순히 틀렸을 땐 더욱 그렇다.

《스켑틱 코리아》(바다출판사 펴냄)가 어느덧 10주년을 넘어섰다. 그동안 이 잡지는 그동안 한국사회에서 유사 과학, 사이비 과학, 음모론, 거짓 진실 등에 맞서 비판적 사유를 촉진하고, 과학적 사고법을 널리 알리려고 애써 왔다. 

10주년 기념 기고에서 미국 과학자 마이클 셔머는 ‘과학자처럼 생각하는 13가지 사고 도구’를 소개했다. 이 글은 어지럽고 혼란한 세상에서 진실 쪽에 서려면 우리가 어떤 사고 습관을 단련해야 하는지를 알려준다.

셔머에 따르면, 세상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알고 싶은 마음, 즉 지식에 대한 갈망이 우리를 인간으로 만든다. 주어진 현상을 보면서 다양한 생각을 떠올리고, 탐구에 나서는 건 인간과 동물을 구분하는 큰 특징이다.

물론, 호기심을 품고 떠올렸다고 해서 무엇이나 다 좋은 발상, 괜찮은 생각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언제나 새로운 발상을 받아들일 정도로 마음을 열되, 터무니없는 생각을 받아들일 정도로 어리석어선 안 된다고 경고한다. 

어떤 주장도 내가 믿고 싶다는 이유로 진리일 순 없다. 의심의 대상이 되고 관찰과 실험을 통한 객관적 입증 과정을 거친 후에야 그나마 잠정적 진실의 자리를 얻을 수 있다. 반대로, 사이비 과학자들의 생각과 달리, 어떤 사실도 내가 의심하고 싶다는 이유로 거짓이 되진 않는다. 과학적 의심 대상이 되려면 끈질긴 탐구 과정을 거쳐, 누구나 검증할 수 있는 엄격한 증거를 찾아내야 하고, 이를 명확하게 정의된 용어를 사용한 논리적 추론과 함께 내놓아야 한다. 

데이비드 흄이 말했듯, “현명한 사람은 자기 믿음과 증거를 비례시킨다.” 반증 또는 검증할 수 없는 아이디어, 작은 사실을 침소봉대하는 허풍선이 발상은 아무리 그럴듯해도 오래가지 않는다. 목수나 피아니스트가 고된 연습을 거쳐 전문가가 되듯, 과학적 사고 역시 생각하는 법을 배우고 이를 반복 훈련해야 할 때 체화할 수 있다. 아무 말 대잔치에서 벗어나 제대로 된 과학적 언술을 구사하려면, 발상을 이론으로 바꿀 수 있을 때까지 긴 시간의 단련이 필요하다.

자기와 생각이 다른 타인의 의견을 무시하는 오만함은 그 자체로 비과학적 사고의 한 특징이다. 과학적으로 사고한다는 건 내 생각에 반하는 증거가 제시되면 언제든 생각을 바꿀 수 있음을 받아들이는 일이다. 음모론자들은 자기가 믿는 것은 어떤 경우에도 항상 옳다고 여기기에 완고한 거짓에 빠진다. 

필립 K. 딕이 말했듯, 실재란 당신이 더 이상 믿지 않더라도 사라지지 않는다. 믿는 것이 존재한다고 생각하지 말고, 존재하는 것을 믿으려 할 때 우리는 과학적으로 생각할 수 있다.

====

이렇답니다.

매주 쓰는 <매일경제> 칼럼입니다.

조금 보충해서 올려 둡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