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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과 서평/절각획선(切角劃線)

독립서점 슈뢰딩거의 생존비결

고양이책방 슈뢰딩거는 고양이에 대한 책만 판매하는 ‘주제 전문 서점’이다. 고양이책만으로 서점이 되느냐고? 물론 되고도 남는다.

시급 500원으로 시작했지만 매출은 점점 늘고 있고 적자를 본 적은 한 번도 없다. 지금은 애묘인들 사이에서 나름 알려졌고 재방문 손님도 늘고 있다. 다 애묘인 덕이고 고양이 덕이다. 

내 서점의 시작과 생존 비결 모두 ‘애묘인’이라는 취향 공동체의 힘이라 할 수 있다. 나는 이 가늘고도 질긴 거미줄 같은 연대를 타고 오는 손님들에게 취향을 파고 경험을 제공하고 그들과 애정 가득한 달뜬 마음을 공유한다. 

― 김미정, 「독립서점 슈뢰딩거의 생존비결」, 《기획회의》 제458호 특집은 ‘독립서점, 먹고는 사십니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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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한 주제의 선택과 기꺼이 지갑을 여는 취향 공동체의 존재는 독립서점 생존의 핵심 비결.... 하지만 내용을 읽어 보면 오래오래 하고 싶다는 열망이 담긴 꾸준한 노력 없이 서점은 조금도 진화하지 않는다. 슈뢰딩거의 운영 비결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주제에 부합하는 확실한 큐레이션 : “나는 각종 사이트를 돌면서 고양이와 관련된 책, 직접 관련이 없어도 언급된 책, 고양이를 사랑한 작가들의 책, 표지에 고양이가 등장하는 책들을 찾았다. (중략) 이 책들을 하나하나 살피고 주제 관련도, 내용의 충실성, 출판년도 등을 따져 1, 2, 3 순위를 정했다. 절판된 책들은 중고서점에서 찾아서 준비했다.”


(2) 슈뢰딩거에만 있는 콘텐츠 준비 : “각종 아트페어를 다니며 작가들과 직접 만나 독립출판물과 굿즈를 확보했다. 판매하지 않더라도 보고 갈 수 있는 희귀한 해외 독립출판물, 빈티지북, 아트북을 비치해 두었다.”


(3) 꾸준한 업데이트 : 주제 전문서점은 재방문했을 때 체험이 중요하다. “첫 방문이 좋아 재방문을 했는데 모든 것이 이전과 똑같다면 세 번째 방문은 없을 것이다. (중략) 어떻게든 신선함을 주고자 꾸준히 전시를 유치하고 이벤트 서가 구성을 고민하고 정기적으로 국외 출장을 다니면 해외 출간 도서와 굿즈를 조사하고 새로운 독립출판 작가, 일러스트레이터를 찾아 나섰다.”


(4) 공간에 대한 고유한 경험 : “나는 손님들이 사랑스러운 고양이 천국에서 고양이 책을 샀다는 경험을 가져갔으면 좋겠다. 밝고 따뜻한 조명, 친근한 음악, 달콤한 차 향기, 여기저기 눈 닿는 곳 모두 고양이로 가득한 공간에서 책을 집어 드는 경험, 주인장이 건네는 말 한마디까지. 나는 이것을 ‘가슴속에 고양이 한 마리 품고 간다’고 표현한다.


고양이책방 슈뢰딩거의 내부(출처 : 슈뢰딩거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