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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職)/책 세상 소식

존 맥그리거, 더블린 문학상 수상하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 중 한 사람인 존 맥그리거가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 중 하나인 국제 임팩 더블린 문학상을 수상했다. 수상작은 크리스마스에 죽은 한 알코올 중독자의 삶을 그린 작품으로, 얼마 전 민음사 모던클래식 시리즈로 출간된 『개들조차도』이다.


개들조차도


존 맥그리거 지음, 이수영 옮김/민음사


국내 독자들에게는 많이 알려져 있지 않지만, 이 작가는 사실 재작년에 민음사에서 출간된 『기적을 말하는 사람이 없다면』과 『너무나 많은 시작』이 문단의 젊은 문인들 사이에서 서서히 주목받으면서 조금씩 인기를 끌고 있다. 아름답고 섬세한 문체와 중후한 문제 의식을 실험적 형식으로 담아내는 맥그리거의 솜씨가 많은 작가들에게 문학적 영감을 주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기적을 말하는 사람이 없다면

존 맥그리거 지음, 이수영 옮김/민음사


너무나 많은 시작 

존 맥그리거 지음, 이수영 옮김/민음사


이번 문학상 수상에서 최후까지 같이 경쟁한 작가는 작년에 퓰리처 상을 받은 작가 제니퍼 이건으로 알려졌다. 최근에 《뉴요커》에서 진행한 트위터 연재 소설로 세계적인 화제가 되었던 작가다. 국제 임팩 더블린 문학상(상금 10만 유로)은 다른 문학상과 달리, 특이한 추천 제도를 가지고 있다. 전 세계 도서관들로부터 추천작을 받는 것이다. 이번에 수상한 작품 『개들조차도』를 추천한 도서관은 모스크바 도서관이다. 올해 본심 진출작은 제니퍼 이건의 『깡패단의 방문(A Visit from the Goon)』, 아미나타 포나(Aminatta Forna)의 『사랑의 기억(The Memory of Love)』 등 147편의 작품이다. 


깡패단의 방문


제니퍼 이건 지음, 최세희 옮김/문학동네


영국의 소설가 팀 파크스(Tim Parks)와 트리니다니토바고의 작가 엘리자베스 누네즈(Elizabeth Nunez) 등 국제적으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은 개들조차도에 대하여 두려움 없는 실험이며 내러티브 테크닉의 걸작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개들조차도를 읽으면 관대하고픈 마음이 든다. 이 작품은 독자들에게 작가의 실험에 동참하고 싶어 하는 마음을 불러일으킨다. 소매를 기꺼이 걷어부치고 책이 내뿜는 권위를 따라 함께 등장 인물들의 삶을 모아들이고 싶어진다.

 

스물여섯 살 때 쓴 맥그리거의 데뷔작 기적을 말하는 사람이 없다면은 부커상 후보작에 올랐다. 맥그리거는 이 작품에 대한 독자들의 반응에 대해 깜짝 놀랐다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2010년 이 작품이 세상에 나왔을 때, 나는 사람들의 반응에 깜짝 놀랐습니다. 내가 개들조차도를 쓰기 시작했을 때, 나는 이 작품이 읽기에 꽤 힘든 작품이 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사실 이 작품은 쓰기도 정말 힘들었지요. 그러나 나는 이 작품을 쓰고 싶었고, 이 작품을 독자들이 읽기 쉽도록 하기 위한 어떤 양보도 하지 않고 이 작품을 쓰고 싶었습니다. 비록 사람들의 메스꺼움을 불러일으킬지라도 말입니다.

크랙과 헤로인을 복용하는 것, 그리고 노숙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불유쾌한 것입니다. 거기에는 누구에게나 호되게 비판하고 싶은 무언가가 있습니다. 그리고 나는 그것에 대해 쓸 때 누구에게나 카오스에 빠진 듯한 느낌을 불러일으킬 수 있도록 하는 말들을 의도적으로 사용했습니다.

나는 사람들에게서 거의 기대하지 않았던 수많은 반응을 받았습니다. 사실 저는 최악의 반응을 생각했지만, 실제로 일어났던 것은 사람들이 나를 뛰어넘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나한테 도전이 되는 책을 좋아합니다. 사실 저는 무언가가 일어나기를 바랐고 다행스럽게도 독자들, 그리고 심사위원들은 그렇게 반응해 주었습니다.


 

※ 이 포스팅은 《가디언》에 실린 기사를 요약, 번역해 작성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