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소 연쇄 부도 문제에 대해서 《기획회의》 올해의 출판계 키워드로 썼던 짤막한 글입니다. 거래의 현대화는 출판계의 가장 시급한 과제입니다. 참고하세요.
인쇄소 연쇄 부도
한국출판에 심각한 적신호가 나타났다. 서적 생산을 실제로 책임지는 인쇄소가 올해 들어 연쇄적으로 문을 닫고 있다. 올해 초에 업계 2위의 도매상인 송인서적이 부도를 냈을 때, 모두가 예감한 것처럼, 지속적인 불황의 여파로 전체 유동 물량이 감소하면서 출판의 약한 고리가 먼저 끊어지는 중이다. 이 여파가 어디까지 미칠지, 사뭇 염려스럽다.
특히, 신흥피앤피의 갑작스러운 부도는 충격적이다. 1965년 설립되어 역사가 50년이 넘는 데다, 지난해 매출 규모도 115억에 이르는 등 상당히 견실한 곳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그 전후로 수많은 인쇄소들이 경영 위기를 넘기지 못하고 부도를 내거나 자금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문을 닫았다. 이름이 알려진 곳만 해도 백산인쇄, 중앙인쇄, 삼성인쇄 등 목록이 길어지고 있다. 그 밖에도 조만간 문 닫을 곳에 대한 흉흉한 소문이 그치지 않는다.
인쇄소 위기를 불러온 직접 원인은 저가의 출혈 경쟁이다. 경영 위기, 공정 자동화 등을 이유로 기존 인쇄소 등에서 구조조정이 일어나면, 직장 잃은 이들이 중고 인쇄기를 리스로 사들여 새로 인쇄소를 연 후 작업 물량을 확보하려고 인쇄 가격을 낮추고, 이것이 원인이 되어 기존 인쇄소 경영이 어려워지면서 구조조정이 시작되는 악순환이 끊이지 않는다.
여기에 어음 거래로 상징되는 출판산업의 전근대적 관행도 경영의 불안정성을 가중시켜 줄도산을 일으키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제 살 깎아 먹기’를 서슴지 않는 치킨 런의 현실에, 출판산업 전반의 위축도 뚜렷해지면서 앞날이 보이지 않는다는 절망으로 인한 자진 폐업이 증가하는 중이다. 산업 전체의 중대 혁신을 위한 리더십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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