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애들을 왜 죽였소?”
아르고호를 타고 멀리 동방으로 모험을 떠나서 황금양털을 가져온 이아손이 울부짖습니다. 그는 헤라클레스와 함께 신화시대 그리스를 대표하는 영웅입니다. 이아손의 배신에 치를 떨다가 가장 사랑하는 두 자식마저 복수의 제물로 내놓은 메데이아가 결연히 대답합니다.
“당신에게 고통을 주기 위해서죠.”
인간이란 도대체 무엇일까요. 상대에게 가장 큰 고통을 안겨 주려는 생각에, 자신의 영원한 파멸을 아랑곳하지 않는 이 마음은 어디에서 왔을까요. 그것은 ‘새로운 지혜’의 결과일까요, 아니면 ‘순간적 격앙’의 산물일까요. 메데이아는 말합니다.
“내가 얼마나 끔찍한 짓을 저지르려 하는지 나는 안다. 그러나 격정이 나의 숙고보다 더 강력하니, 격정이야말로 인간들에게 가장 큰 재앙의 원인이로다!”
한 달에 한 번, 서울 강남에 있는 풍월당에서 문학을 같이 읽습니다. 요즈음에는 그리스 비극들을 읽고 있습니다. 자식 살해라는 끔찍한 재앙이 일어날 것을 빤히 알면서도 메데이아는 ‘나는 할 수 있다’고 선언함으로써, ‘인간이란 과연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또 다른 깊이를 이룩합니다. 이번 달에는 그녀의 고뇌와 결행에 깃든 삶의 의미를 함께 탐구해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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