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 씨가 오늘밤엔 못 오고 내일은 꼭 오겠다고 전하랬어요.”
저녁이 되면 소년이 온다. ‘내일’이 선포되고, ‘오늘’이 또다시 지나간다. “밤을 기다리고, 고도를 기다리고…… 또 어쨌든 기다리는……” 내일이 오늘과 똑같지 않기를 갈망하지만, 밤이 지나 다음 날이 오면, 도돌이표처럼 붙박인 하루가 또 온다. 오늘이 찾아오면 내일이기를 바라지만, 그 내일이 다시 오늘과 다르지 않다. 그 무한한 반복 속에서 우리들 블라디미르와 우리들 에스트라공은 ‘고도’가 오기를 기다린다. 그러나 고도는 오지 않고, 또다시 소년이 온다. 그렇다면 고도를 기다리는 우리의 삶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한 달에 한 번, 풍월당 아카데미에서 고전문학을 같이 읽습니다. 요즈음 같이 읽는 것은 ‘실존의 문학들’입니다.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 사르트르의 『구토』를 읽었습니다. 이번 주 목요일에는 사뮈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를 읽으려고 합니다.
극중 인물 중 한 사람이 포조는 울부짖습니다. “어느 날 우리는 태어났고, 어느 날 우리는 죽을 거요. 어느 같은 날 같은 순간에 말이요. 그만하면 된 것 아니냔 말이오?” 예, 맞아요. 정말 그렇죠. 그만하면 되었어요.
하지만 내일, 또다시 해가 뜨고, 내일, 또다시 저녁이 올 테니, 자, 부조리한 이 생을 어떻게 사랑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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