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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 & 강연

[풍월당 문학강의] 피의 값을 어떻게 치를 것인가? - 아이스퀼로스의 ‘오레스테이아’ 3부작


잘 알아두시오. 이 일이 어떻게 끝날지 나도 모르겠소. 내 비록 고삐를 잡고 있기는 하나 말들은 이미 주로 밖으로 멀리 벗어난 느낌이오. 내 마음은 걷잡을 수 없이 소용돌이 치고, 내 가슴속에는 벌써 공포가 노래 부르며 격렬한 춤을 추려 하니 말이오. 아직 정신이 있을 때 친구들에게 말해두고 싶소. 내가 어머니를 죽인 것은 정당한 행동이었소. (『제주를 바치는 여인들』, 1021~1027행)

아가멤논의 아들 오레스테스가 말합니다. 인간은 누구나 자기 몫의 운명을 안고 태어납니다. 타고난 운명을 거부하고 자기 운명을 새롭게 쓰려는 영웅들의 분투는 비극적 파멸을 불러들이죠. 하지만 영웅들의 불쌍한 최후는 우리에게 슬픔과 두려움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터질 듯한 희열과 고귀함에 대한 갈망을 불러일으킵니다.  

남편은 임무를 위해 첫째 딸을 제물로 바치고, 아내는 딸을 위해 조카인 정부와 결탁하여 남편을 죽입니다. 떠났던 아들이 돌아와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어머니를 살해하고, 핏빛 공포 속에서 죄책감에 쫓깁니다. 아트레우스 가문에 대대로 내려진 이 피의 순환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주는 것일까요. 

재앙에 물리지 않는 당파 싸움이 이 도시에서 미쳐 날뛰는 일이 없기를! 그리고 이 도시의 흙먼지가 시민들의 피를 마시고는 복수심에 불타 보복 살인에 의한 재앙을 반기는 일이 없기를! 시민들은 선을 선으로 갚고, 우정에서도 결연히 뭉치되 증오에서도 한마음 한뜻이 되기를! 그러면 인간들의 많은 불행이 치유되니까. (『자비로운 여신들』, 976~986행)

한 달에 한 번, 서울 강남에 있는 풍월당에서 문학을 같이 읽습니다. 이번 가을부터 그리스 비극의 대표작들을 같이 읽으면서, 인간이란 도대체 어디까지 나아갈 수 있는지를 생각해 보려고 합니다. 첫 번째 같이 읽을 작품은 아이스퀼로스의 ‘오레스테이아’입니다. 

희랍 비극의 최고 걸작으로 꼽히는 이 작품을 통해 ‘희랍 비극’의 세계로 들어가는 문을 열려고 합니다. 같이 읽으러 와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