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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職)/책 만드는 일

[TV 책을 보다] 휴가지에서 읽을 책 Best 10에 출연하다(사전 질문지 공개)





KBS 텔레비전 ‘TV, 책을 보다’ 여름휴가 특집 1, 2에 출연했습니다. 후배인 강유정, 허희 두 평론가와 개그맨 고영환, 시사평론가 정영진 두 분과 함께 두 주 동안 엄청 즐겁게 녹화했습니다. ‘프로들은 역시 다르네!’ 하는 기분이 들었죠. 김솔희 아나운서가 이끄는 대로 이리 몰리고 저리 옮기다 보니 어느새 한 번에 다섯 권씩 책 열 권을 2시간 만에 모두 이야기해 버렸습니다. 흥미롭고 재미났습니다. 

조금은 얼이 빠져서 나중에 방송을 보니 저런 말도 해 버렸구나 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저는 역시 글의 인간인지라, 사전 질문지와는 달리 녹화 중에는 아직도 분위기 타고 엉뚱하게 끌려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래에 목록 열 권과 함께 제가 사전 질문지에 답했던 기록을 남겨둡니다.


수전 손택, 『사진에 관하여』(이재원 옮김, 이후, 2005).

리처드 니스벳, 『생각의 지도』(최인철 옮김, 김영사, 2004).

알랭 바디우, 『사랑 예찬』(조재룡 옮김, 길, 2010).

강상중, 『고민하는 힘』(이경덕 옮김, 사계절, 2009). 

리베카 솔닛,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한다』(김명남 옮김, 창비, 2015).

무라카미 하루키, 『먼 북소리』(윤성원 옮김, 문학사상사, 2004).

마스다 미리, 『주말엔 숲으로』(박정임 옮김, 이봄, 2012).

헤르만 헤세, 『데미안』(전영애 옮김, 민음사, 2000).

장강명, 『한국이 싫어서』(민음사, 2015).

톰 롭 스미스, 『차일드 44』(박산호 옮김, 노블마인, 2015).



Q. 여름휴가 때 읽으면 좋은 책이 따로 있을까? 어떻게 선정하셨는지?

A. 휴가를 이동에 놀이를 거듭하는 활동으로만 보내고 나면 꼭 후회했던 기억이 난다. 진정한 쉼은 몸이 아니라 마음이 쉬어야 한다고 믿는다. 그래서 휴가 때 읽는 책은 자신을 성찰할 수 있으면서도 강렬한 재미도 있어서 세상을 저절로 잊을 수 있는 책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Q. 오늘 소개해 주실 책들에 대한 간략한 소감은?

A. 『데미안』이라니, 내가 추천하지는 않았지만 정말 매력적이다. 덕분에 30년 만에 다시 읽으면서 기억을 더듬었다. 역시 소설은 마흔 넘어 읽어야 그 맛을 제대로 아는 것일까. 완전히 다른 기분으로 읽었다. 벌써 휴가를 다녀온 기분이다. 마스다 미리 역시 이번에 처음 읽었는데, 여성들의 복잡 미묘한 심사를 이해하는 척할 수 있게 되어 좋았다. 하루키야 말할 것도 없고, 『차일드 44』는 심란하지만 강렬한 이야기여서 읽느라 숨 막힐 지경이었다. 장강명의 『한국이 싫어서』는 역시 차세대 한국의 이야기꾼다운 솜씨가 있었다.


Q.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여름휴가에서까지 책, 읽어야 하나요?

A. 해마다 여름이면 내 꿈은 좋은 호텔을 잡아두고 온갖 서비스를 받아가면서 책을 산더미처럼 쌓아두고 읽는 것이다. 노트북이나 컴퓨터도 두고 가고, 오직 연필과 노트만 챙겨가서 읽고 메모하고 군데군데 낙서도 하다가 지치면 산책도 하고 물에 몸도 담그고..... 생각만 해도 행복하다. 평소 우리는 무척 빠른 시간 속에서 살아가는데, 이 속도를 계속 감당하면 뇌의 신경 줄이 결국 타버릴 것이다. 삶에 아주 느린 시간을 가져오는 것은 인생을 계속 충만하게 살아가려면 가장 우선할 일이다. 바닷가나 산속에서 수영도 하고 산책도 하다가 틈나는 대로 책 한 권을 읽고 오면 저절로 알게 된다. 아, 올해는 제대로 쉬었구나.



Q. 일단 ‘스릴러’라는 장르가 여름과 참 어울린다. 이유가 무엇일까?

A. 여름엔 역시 추리나 스릴러다. 정확히 말하면 이야기다.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강렬한 이야기는 다른 세계로 떠나는 또 다른 여행이다. 일상에서 놓여나서 사람들은 잠시 휙 하고 낯선 세계를 방문해서는 가슴이 두근대지만 전혀 위험하지 않은 온갖 모험을 즐긴 후 되돌아오는 것이다. 커트 보니것의 말처럼, 이야기는 자신의 머릿속을 무대로 놓고 갖가지 역할을 교대로 연기하는 예술이다. 일단 빠져들고 나면 평생 잊지 못할 정도의 강한 체험을 독자들에게 가져다준다. 휴가는 다른 일상을 사는 것이다. 이야기야말로 멀리 가지 않고도 다르게 살아보는 것 아닐까? 여름에 폭발적으로 사람들이 원한다.

Q. 많은 스릴러 중에 『차일드44』를 읽어야 할 이유가 있다면?

A. 잘 썼으니까^^ 스릴러는 범죄를 다루는 탓에, 반드시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극단에서 질문하도록 만든다. 대기근, 감시사회, 연쇄살인 등 끔찍함에 끔찍함을 한없이 중첩하는 이 소설은 그만 읽고 싶다는 마음과, 그래서 이 사건이 어떻게 끝나는지 한번 보자 하는 마음을 동시에 불러일으킨다. 이런 갈등이 일어나면 보통은 소설이 지고 마는데, 이 작품은 달랐다. 이야기에 끌려서 그다음은, 그다음은 하다 보면 벌써 소설이 끝나 있다. 이야기의 진정한 힘을 만끽할 수 있는 소설이다. 



Q. 많은 한국소설, 신간, 젊은 작가의 책 중 『한국이 싫어서』를 읽어야 할 이유가 있다면?

A. 제목이 특이하니까.^^ ‘한국이 싫어서’라는 제목이 그럴 듯하다고 생각하는 게 지금 이 땅의 삶이 얼마나 불행하게 인식되는지를 드러낸다. 행복을 좇아 하나의 세계에서 다른 세계로 이주한 한 여성의 삶을 그림으로써 역설적으로 지금 이곳의 삶의 불행을 정확하게 보여준다. 그래서 이 작품은 한국사회에 대한 사회학적 보고이자 청년 세대에 대한 심리학적 분석이 된다. 어둠만 가득한 내면에 침잠해 독자와 공감을 잃어버린 요즘 한국 소설에서 이만큼 활력 있는 문체로 솔직히 자기 세대의 의식을 묘파한 소설은 정말 드물다. 

Q. 저자 이름이 아직은 좀 낯설다. 장강명, 어떤 작가인가?

A. 첫 번째는 서른 무렵 된 청년 세대의 사회의식을 대변한다는 점에서, 두 번째는 이야기를 만들고 다룰 줄 안다는 점에서 현재보다 미래가 더 기대가 되는 작가다. 사회부 기자 출신답게 사람들의 흥미를 끄는 선명한 소재를 선택해서 씨줄과 날줄을 넣어 엮어내는 솜씨가 보통은 넘어섰다. 이번 작품을 읽어보니 문장력도 한층 수준이 높아진 느낌이다. 다음 작품쯤에 ‘대박’ 조짐이 보인다.

Q. 이 책 외에도 우리 패널 분들이 손아람의 『디 마이너스』, 『소수의견』, 편혜영의 『선의 법칙』 등 한국 젊은 작가들의 소설을 여럿 추천해 주셨다. 그런데 공통적으로 현실비판적인 소설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A. 문학이야 본래 상상력을 통해 ‘다른 세계’를 도입함으로써 현실을 부정하고 초월하는 것이니까 비판적으로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문제는 어느 정도 공감할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지금 한국문학은 1990년대에서 시작된 내면 탐구라는 하나의 익숙한 세계가 저물고 김애란, 장강명, 손아람 등 새로운 인생 감각으로 무장한 세대들이 조금씩 떠오르는 중이다. 아주 어릴 적부터 세계를 넘나들면서 살아온 첫 번째 세계화 세대인 이들은 이야기의 스케일이나 디테일이 아주 색다르고, 문장이나 생활 감각이 무척 낯설어서 김애란을 제외하면 아직 충분히 독자를 얻지 못했다. 하지만 나는 이 작가들이 지금 한국어에 조금씩 적응해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들이 좀 더 독자들과 폭 넓게 소통하는 솜씨를 얻는다면, 우리는 어쩌면 한국적인 삶의 상황을 세계적 차원에서 고민할 수 있는 첫 번째 세대의 등장을 볼지도 모른다.



Q. 『데미안』에 대해 간략히 소개해 주시죠. 

A. 회사에서 면접을 볼 때 가장 감동 깊게 읽는 책을 물으면, 열에 다섯 명은 『데미안』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조금 깊이 물어보면 실제로 읽은 경우는 그다지 많지 않았다. 유명한 소설이고,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라는 구절 정도는 아니까 적당히 답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는 것이다. 자, 이번 휴가 때에는 읽지 않고도 읽은 체했던 죄책감을 떨어버리는 거다. 마침 아이유가 밤마다 침대에서 읽어 화제도 되고 있으니, 이번 기회에 따라 읽어보면 어떨까? 사실 저는 다른 소설들은 주인공과 조금 거리를 두고 읽으라고 권하는데, 이 소설만큼은 주인공과 한번 제대로 감정이입을 해서 읽어보면 어떨까 싶다. 관습에 따라서 사는 게 아니라 오직 나로서 살기 위해서 방황하는 싱클레어를 좇다 보면 가장 깊은 곳에 있는 나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Q. 많은 고전이 ‘수면제’ 취급을 받는데도 패널 분들은 역시 휴가 때 읽을 책으로 고전을 많이 꼽아주셨다. 생텍쥐베리의 『어린 왕자』,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 등이 특히 많이 추천됐는데, 왜 ‘추천 책’하면, 고전이 빠지지 않을까?

A. 고전은 본래 아무도 읽지 않고 누구나 읽은 체하는 책이다. 대개 분량도 두툼한 데다 내용도 어렵다. 그런데 일단 진짜로 읽고 나면 인생을 확실하게 다시 써 준다. 몸과 마음이 지금까지처럼 살지 않고 다르게 사는 법을 궁리하게 된다. 그 맛을 먼저 본 사람들 입장에서는 안타까운 것이다. 게다가 고전은 삶의 상황이 달라져 있는 데도 여전히 요즈음에 일어나는 이야기를 읽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그만큼 인간 본성의 저 깊은 곳에 닻을 내리고 있는 것이다. 그 닻을 끌어올리면 거기에 매달린 보물들을 줄줄이 얻는 것이다. 

Q. 지금 다시, 『데미안』을 읽어야 할 이유가 있다면?

A. 아이유가 읽으니까 나도 읽고 싶어서^^ 오늘날 우리는 모든 것에 노출되어 있다. 소셜미디어가 활성화되면서 끊임없이 고백을 통해 자신을 드러내면서 살아야 한다. 이럴 때일수록 자신을 정말로 확실하게 다져두지 않으면 남들이 보고 싶은 대로만 살아가게 된다. 『데미안』은 한 인간이 자신을 창조하는 일에서 있을 수 있는 온갖 분투를 보여 준다. 이 분투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누구와도 닮지 않은 자기 자신이 있음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Q. 이 책에서 인상 깊은 한 구절을 꼽아주신다면?

A. “자네를 날게 만든 도약, 그것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우리 위대한 인류의 재산이지. 그것은 모든 힘의 뿌리와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이지. 그러나 그러면서도 곧 두려워져! 그것은 빌어먹게 위험하지!” 높이뛰기로서의 삶의 기술은 우리 모두의 본능 속에 있다. 지금보다 더 고귀하게 살고 싶은 욕망이 없다면 우리는 조금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할 것이다. 그런데 그것은 두렵고 위험하다. 우리 선조들은 하지만 높은 곳으로 도약하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 우리가 있는 것이다. 



Q. 요즘은 일러스트와 일상에서 일어나는 에피소드, 그에 대한 작가의 단상을 결합한 책이 많아진 것 같다.

A. 행복은 디테일에 있다는 걸 모두 알게 된 거다. 항상 격변 속에서 살아온 탓에 어제와 오늘이 똑같은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 다들 잘 모르고 살았다. 롤러코스트를 타고 영원히 공중에 매달려 뱅글뱅글 도는 꼴인데, 그러다 내려오면 픽 하고 쓰러져 사라지는 것이다. 그런데 늘 그렇게 격렬한 삶을 추구하지 않아도 일상 곳곳에는 우리가 주목할 만한 특이점들이 만들어졌다 사라지곤 한다. 우리 모두는 잠시 반짝이는 그 순간에 기대어 즐겁고 유쾌하게 살아갈 수 있다. 대개 이런 책들은 일상의 기쁨들을 모으고 심각하지 않은 가벼운 통찰을 보여주는데, 이 디테일이야말로 행복한 인생을 만드는 주춧돌이다. 책을 읽으면서 독자들은 그 디테일을 자신의 일상 속으로 이식하는 것이다. 

Q. 많은 만화책 중에서도 마스다 미리를 추천하는 이유가 있다면?

A. 여자들의 복잡 미묘하고 도저히 해독할 수 없는 신비스러운 마음을 이 책을 읽고 비로소 조금은 이해하게 되었다. 30대 여성들이 몸으로는 드러내지만 차마 말로 하지 못했던 속내를 읽는 쾌감이 있다. ‘주말’과 ‘숲’은 멋진 상징이다. 여가와 자연, 그러니까 도시에서 일탈하지 않으면서도 그 바깥의 삶을 조금만 맛보고 싶어 하는 현대 도시여성의 은밀한 꿈과 동경을 잘 표현한 말인 것 같다. 



Q. 무라카미 하루키라는 작가에게는 이 여행이 정말 인생의 전환점이 되었을 것 같다.

A. 여행은 단지 낯선 땅을 구경하고 오는 것이 아니라, 낯선 문화와 사유를 만나는 것이다. 작가들은 문장과 함께 여행한다. 자세히 살피고 섬세하게 기록하고 깊이 사유한다. 그러고 나면 자기 한계를 넘어서서 더 높은 계단에 올라가 있는 것이다. 사실 카메라를 들고 여행하는 것보다 연필과 노트를 들고 여행하는 게 더 좋고 훌륭한 여행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연필 여행, 많은 작가들처럼 이번 여름에는 한번쯤 시도해 보는 건 어떨까?

Q. 한동안 멋진 사진 한 장에 감성적인 글 몇 줄 적어놓은 여행기가 유행했는데, 요즘 나오는 여행책들은 좀 더 내용이 길어졌다고 할까. 여행기에도 유행이 있는 것 같다.

A. 가벼운 여행기는 페이스북 등에서도 충분히 즐길 수 있으니까, 이제 그런 책은 잘 안 만들고 안 읽게 된 것이다. 그 대신에 풍부한 교양과 세밀한 관찰이 겹쳐진 인문학적 여행기들이 쏟아지고 있다. 사람들은 이제 멋진 사진이나 단순한 정보를 넘어서는 인생과 자연에 대한 깊은 통찰을 읽고 싶어 한다. 하루키의 여행기에는 마음을 두근거리게 하는 깊은 감성이 있다. 어떨 때는 조금은 센티멘털한 이 감성이 싫고, 어떨 때에는 깊이 빠져들기도 한데, 하여튼 촉촉이 가슴을 파고드는 그 문장의 마력만큼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번에 읽을 때도 북소리가 가슴속에서 들리면서 멀리 떠나고 싶어졌다.



Q. 『고민하는 힘』을 ‘여름휴가에 읽으면 좋을 책’으로 추천하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인가요?

A. 휴가는 보충이다. 축난 몸만 보충해서는 제대로 휴가를 보낸 게 아니다. 축난 마음도 보충해 주어야 휴가를 잘 보낸 것이다. 강상중의 『고민하는 힘』은 ‘일거삼득’의 책이다. 첫째, 인문학 베스트셀러다. 남들이 많이 읽은 걸 읽으면, 적어도 몇 달은 행복하다. 일단 마음이 든든하고, 한마디 입에 올려서 지적으로 보일 수도 있고, 모임에서 화제를 주도할 수도 있다. 둘째, 『고민하는 힘』은 재일 한국인으로 도쿄대 교수가 되고 일본 지성계의 한 핵심으로 떠오른 저자가 주로 나쓰메 소세키와 막스 베버의 저작들을 중심으로 ‘현대인의 고민’에 답하는 통섭적인 책이기 때문에 책 한 권으로 문학, 사회학, 철학 등을 넘나드는 다양한 지식을 얻을 수 있다. 셋째, 이 책은 돈, 사랑, 지식, 청춘 등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고민하는 삶의 여러 문제들을 다루고, 그 문제에 성실하게 답함으로써 독자들에게 진정한 자신을 발견하는 힘을 가르쳐 준다. 

Q. 『고민하는 힘』을 간략하게 요약한다면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나쓰메 소세키와 막스 베버를 실마리 삼아 고민하는 삶을 이야기한다. 왜 고민해야 하는가? 현재의 삶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어떤 문제가 있는가? ‘돈’이 모든 것을 지배하면서 인간다운 삶의 가치가 바닥으로 떨어졌고, 그런 삶의 상황이 행복하지 않은데, 현실적으로는 그런 삶에서 탈출할 길이 막막하기 때문이다. 고민만 하면 무엇이 해결되는가? 그렇지 않지만 고민도 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돈에 먹혀서 마침내 돈벌레가 되어버릴 것이다. 휴가란 돈벌이의 연장이지만, 또한 돈벌이의 정지이기도 하다. 돈벌이로 돌아오기 전에 고민하는 힘을 충전해 두면 행복할 권리도 그만큼 충전되는 게 아닐까?

Q. 『고민하는 힘』의 저자 강상중은 어떤 인물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다음 세 가지로 요약해 놓았는데, 딱 맞는 말이다. 첫째, 재일 한국인 최초로 도쿄대 정교수가 된 인물. 둘째, 일본에서는 밀리언셀러 작가로, 푸근하게 잘생겨서 아줌마 팬이 유난히 많은 인물. 셋째, 『고민하는 힘』이 소개되면서 점차 한국에서도 팬이 늘어나고 있는 인물. 책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생애 자체가 고민 많은 삶을 살았다. 일본에서 태어났으나 ‘재일(在日)’이라는 사회적 조건 탓에 정체성 혼란을 겪는 등 늘 고통 받았고, 아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개인적인 비극도 겪었다. 가슴이 찢어졌을 터인데도, 오히려 청년들에게 실업 등 어려운 삶의 상황 속에서도 ‘살아야 하는 이유’를 역설해 독자들에게 깊은 감동을 주었다.

Q. 『고민하는 힘』에서 제일 중요한 키워드를 꼽는다면 어떤 건가요? 그 키워드가 어떻게 책의 내용을 담고 있나요?

A. 제목에 나온 그대로 ‘고민’이다. 한자 풀이를 하면, 고(苦)는 마음이 아픈 것이고, 민(悶)은 깨달음이 없어 마음이 어두운 것이다. 그러니까 ‘고민’이란 세상에서 나한테 닥쳐오는 온갖 문제의 해법이 잘 보이지 않아서, 한마디로 말해서 앞길이 컴컴해서 마음이 괴로운 상태다. 앞으로 나아갈 수도 없고 뒤로 물러설 수도 없는 상황에서, 잠시 멈춰 서서 ‘도대체 이대로 살아도 괜찮은 걸까?’ ‘이런 것이 인생일까?’ ‘돈에 미친 세상에서도 행복한 삶이란 정말로 가능할까?’ 따위를 생각해 보는 거다. 『고민하는 힘』은 자본주의 초기에 삶의 문제를 고민했던 소세키와 베버 두 사람을 길잡이로 세워서 이런 문제들에 차례대로 대답해 간다. 이런 문제들에는 궁극적인 답이 있을 수는 없지만, 이런 질문들을 한번쯤 던져보는 것만으로도 인생은 분명히 성숙해진다.

Q. 왜 『고민하는 힘』을 휴가철에 읽어야 할까요? 그리고 구체적으로 어떤 사람, 어떤 상태의 사람이 읽으면 가장 좋을까요?

여행을 왜 떠나는 것일까? 잠시라도 지금과 다르게 살기 위해서다. 가령, 소설을 읽다 보면 여행지에서 꼭 낯선 사람을 만난다. 만남은 사건을 만들고, 사건은 고민을 불러들이고, 고민은 삶을 조금은 변화시킨다. 물론 평소에도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 그러나 여행이 좋은 것은 낯선 시간, 낯선 공간에서는 접하지 못했던 누군가를 만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이 책은 구어체로 쓰여 있다. 그래서 옆집 아저씨와 여행지 술자리에서 만나서 조금 진지한 인생 강의를 듣는 기분이 든다. 여행 갔다가 우연히 지혜로운 분을 만나서 인생 문제에 해결의 실마리를 얻었다면 정말 기쁜 일이 아닐까. 한 권 들고 간다면 분명히 이 책이다. 특히 졸업이나 퇴직을 앞두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분들께 권하고 싶다. 한 쪽씩 따라 읽으면서 고민하다 보면 어느새 자신이 다르게 살고 있음을 발견할 것이다.



Q. 『생각의 지도』의 어떤 키워드, 어떤 점이 휴가지와 어울린다고 생각하시는지?

A. 여행이란 타자에 대한 이해다. 이 책은 동양인과 서양인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사고하는 것을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통해서 알려준다. 여행 가기 전에 읽어 두면, 타자에 대한 개방성이 생겨서 여행이 좀 더 즐거울 것이다.




Q. 왜 휴가철에, 휴가지에서 책을 읽으면 좋을까? 

A. 책은 본래 집에서 읽는 것보다 낯선 곳에서 읽는 게 머릿속에 잘 들어온다. 좋은 책은 깊은 몰입을 주는데, 일상적 방해가 없을수록 더욱 즐거워진다. 휴가지와 관련이 있는 책들은 읽기에 더욱 좋은 것 같다. 아내와 둘이서 스페인 여행을 갔을 때 ‘돈키호테’ 등 스페인 관련 서적을 몇 권 챙기고, 또 가져간 패드를 이용해서 전자책으로 다운받아서 소설, 희곡 등을 여행 기간 내내 계속 읽었는데, 여행의 감동이 두 배였다. 내친김에 갔다 와서도 한동안 스페인을 주제로 삼아 이런저런 책을 읽으며 공부한 적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