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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논어 공부

[논어의 명문장] 욕속부달(欲速不達, 서두르면 이룰 수 없다)

자하가 거보 땅의 우두머리가 되어 정치에 대해 물었다.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서두르려 하지 말고, 작은 이익을 보려 하지 마라. 서두르면 달성할 수 없고, 작은 이익을 보려 하면 큰일을 이루지 못한다.”

子夏爲莒父宰, 問政. 子曰:“無欲速, 無見小利. 欲速則不達, 見小利則大事不成.”


욕속부달(欲速不達)은 서두르면 일을 망치기 쉽다는 뜻이다. 

송나라 정이(程頤)는 자하(子夏)가 작고 가까운 것에 마음을 너무 쓰는 버릇이 있었으므로 공자가 이렇게 말했다고 주석했다. 자하는 자식이 죽은 슬픔에 애통해하다가 눈이 멀었다고까지 전한다. 슬픔이 지나쳐서 자신을 해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으니, 이것이 바로 작은 일에 온 마음을 쓰는 자하의 본래 심성일 것이다. 공자는 자하의 이러한 점을 잘 알았기에 크고 멀리 보라고 말했던 것이다. 

공자는 이른바 ‘눈높이 교육’을 중시했다. 제자의 품성에 맞추어 같은 질문에도 다르게 답하곤 했다. 자장(子張)이 정치를 묻자 공자는 “[정치의] 자리에 있을 때에는 게으르지 말고, 정치를 행할 때에는 충심으로 하라.”라고 했다. 자장은 지나치게 높은 것에만 머무르려 해서 인(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어떤 일을 행할 때 급히 서두르고 작은 일에 집착하면 멀리 가지 못하고 주저앉기 십상이다. 이는 특별히 정치에만 적용되는 말을 아닐 것이다. 학문도, 사업도, 예술도, 심지어 사랑조차도 마찬가지이리라. 어떤 일을 시작할 때 먼저 머릿속에 넣어두면 좋을 말이다.


子夏 : 자하는 자이고, 본래 이름은 복상(卜商)이다. 공자가 세상을 떠돌 때 받아들인 제자로 위(衛)나라 사람이다. 공자보다 마흔네 살 어렸다. 문장이 뛰어나서 공문십철(孔門十哲)의 한 사람이 되었고, 『시경』과 『춘추』의 전(傳, 주석)을 써서 후대에 영향을 끼쳐서 나중에 한나라 경학(經學)의 비조로 칭송받았다.

莒父宰 : 거보(莒父)는 노나라의 읍(邑) 이름이다. 리링에 따르면, 노나라에서는 가신들의 우두머리를 재(宰)라고 했을 뿐만 아니라 읍의 우두머리, 즉 수령도 ‘재’라고 불렀다.

無欲速 : 무(無)는 금지사로 무(毋) 또는 물(勿), 즉 ‘~하지 말라’는 뜻이다. 속(速)는 신속하다는 뜻으로 서둘러서 성과를 보려고 하는 것이다.

無見小利 : 견소리(見小利)는 멀리 내다보지 않고 작은 이익에 집착한다는 말이다. 김기평은 ‘리(利)’를 경제적 이익이 아니라 정치가 베푸는 편익으로 보았다. 이를 따르면, ‘소리’란 정치적 베풂이 한 고을 정도에 머무르는 것인데, 군자는 모름지기 천하를 머리에 그리고 정치를 베풀어야 한다는 것이다. 흥미로운 해석이다.

達 : 황간은 통달하다는 뜻으로 보았지만, 대부분 달(達)은 달성하다, 이루다의 뜻으로 해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