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직(職)/책 세상 소식

가족은 병이 아니다





《조선일보》 기사를 보니 일본에서 시모주 아키코(下重曉子)라는 전직 유명 아나운서가 쓴 가족이라는 병이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른 모양이다. 내용은 아래와 같단다.


"가족은 가장 가까운 존재라고 하지만, 사실은 가장 이해할 수 없는 존재이기도 하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부모와 자식이 서로에게 기대기보다 독립적으로 살아야 한다. 그러면서 서로를 정확하고 깊이 있게 이해해야 한다. 그러지도 못하면서 입만 열면 가족 얘기를 하고, 연하장에 가족 사진을 첨부하는 건 "행복을 강매하는 것"이 아니냐고 독자에게 묻는다.


때때로 이런 책이 많이 팔리는 것을 볼 때마다 괜스레 슬퍼진다. 또 이런 책을 수입해 보겠다고 편집자들이 달려들까 봐 겁이 난다. 기자의 요약이 사실이라면 이 책의 저자는 사랑에 대한 기초적인 이해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사랑이란 서로 날마다 더 잘 알아가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에 가깝다. 사랑이란 알 만하면 상대방에게서 새로움을 찾아내는 것이다. 날마다 서로의 삶에서 신비한 영역을 발견하면서 놀라워하는 것이다. 만해의 표현을 빌리자면, "알 수 없어요"라고 고백하는 것이다. 투명함은 사랑의 적이다. 사랑이란 상대를 완벽하게 이해하여 나랑 하나가 되겠다고 선언하는 것이라기보다는 영원히 둘로 존재하겠다고 선포하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가족을 사랑하면서 서로를 정확하고 깊이 있게 이해하는 것은 완전히 불가능하다. 가족을 정확하고 깊이 있게 이해하겠다는 것은 가족에 대한 신비를, 가족에 대한 사랑을 포기하겠다는 것이다. 아이를 기르다 보면 안다. 나날이 새로워지는 아이의 모습을 "발견"하는 것이 얼마나 커다란 행복을 가져오는지를. 가족은 상태가 아니라 과정이다. 아니, 삶은 상태가 아니라 과정이다. 즉 생성이다. 나날이 새로워지는 것이다. 우리가 매일 어떻게 살아가느냐에 따라서 어둠이 걷히듯 앞날이 드러나는 것이다.

이런 병든 담론까지 번역해서 읽을 이유는 전혀 없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5/04/24/2015042403500.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