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주하게 되는 고난과 시련을 두려워하지 말라. 당당히 맞서야 마음이 강해지고 끈기가 생겨나 이전에 하지 못했던 일들을 해낼 수 있다.” (효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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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태의 『군주의 조건』(민음사, 2013)을 읽다. 김준태는 조선 시대 정치 사상을 연구하는 젊은 정치학자인데, 사상 자체가 아니라 경세(經世)에 관심을 둔 특이한 사람이다. 요컨대 하륜, 조준, 황희, 이준경, 김육 등 사상의 길에는 작은 빛을 남겼으나 현실의 도로에는 굵은 자취를 남긴 재상들을 연구한다. 그리고 조선의 왕들을 정치가로서, 행정가로서 들여다본다. 이번 책은 후자의 결과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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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다가 문득 다시 깨달았다. 인간을 뜨겁게 만들고 심지어 목숨조차 걸도록 만드는 것은 윤리가 아니라 사실 정치였다는 것을, 윤리는 정치의 출발점이 아니라 정치의 결과였다는 것을. 윤리란, 정치라는 무시무시한 괴물에 방울을 달기 위해 전전긍긍한 필사적 노력의 부수 효과이고, 따라서 윤리를 이야기하는 것은 책상물림 서생들의 일이 아니라 목을 내걸어야 간신히 해 볼 수 있는 또 다른 권력 의지의 첨단이라는 것을. 권력이란 하나밖에 작동하지 않으려는 성질을 갖고 있으니, 조선 시대 내내 군왕들과 신하들은 목숨을 건 싸움을 계속할밖에. 군왕의 의지로써 정치를 횡단하려는 왕들과 성리(性理)의 논리로써 정치를 꿰려는 신하들의 싸움은 쇠를 녹일 만큼 뜨거웠다. 목숨 걸고 하는 일이니까. 그러니까 군주가 윤리적으로 사는 건 애초에 불가능했다. 곧바로 목을 잃어버렸을 테니까 말이다. 신하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 순간, 가을 바람에 스러지는 풀잎같이 되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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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점심에 김준태를 만나서 대강 이런 이야기를 했더니 맑게 웃었다. 이제야 알았느냐는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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