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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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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력의 인류사 7만 년 제프리 삭스 미국 컬럼비아대학 교수는 『지리 기술 제도』(이종인 옮김, 21세기북스, 2021)에서 7만 년 전부터 현재에 이르는 인류사 전체를 ‘세계화’라는 관점에서 다루고 있다. 자연 지리, 인간 기술, 문화 제도의 상호작용이 인류 역사의 핵심 동력이고, 그 방향은 인간 사이의 연결을 증진하는 쪽이었다. 코로나19가 보여 주듯 연결의 부작용이 적지 않았으나, 더 넓은 지역에 사는 이들이 더 많이 협력할수록 빈곤, 질병 등을 해결해 더 큰 번영을 이루었기 때문이다. 7만 년 전, 기후 변화를 이기지 못한 몇몇 호모사피엔스 무리가 아프리카 대륙을 떠나 아랍 지역에 진출한 순간부터 세계화는 시작되었다. 낯선 포식자, 병원균, 경쟁자와 마주치면서 인류는 기술의 힘으로 자연을 정복하고 문화의 힘으로 협력을 창..
편집자로 일하면 좋은 세 가지 이유 편집자는 지금 시대가 요구하는 능력을 배양할 수 있는 최고의 직종이다. (중략) 첫 번째, ‘재능 칵테일’을 마음껏 마실 수 있다. 편집자는 한 번이라도 대면하면 인생을 격변시켜 줄 만한 천재들을 매일 만난다. (중략) 독자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한 권의 책을 통해 가장 많이 성장하는 사람은 단언컨대 편집자다. (중략) 두 번째, 스토리를 만들 수 있다. 편집자의 일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스토리를 만드는 것’이다. 지금 시대는 상품의 기능이나 가격에서 큰 차이가 없다. 앞으로는 ‘상품에 어떤 이야기를 담았는지’가 더 중요해질 것이다. (중략) 그것은 편집자가 가장 잘하는 일이기도 하다. (중략) 세 번째, 사람의 감정을 감지하는 후각을 연마할 수 있다. 세상 사람들이 무엇에 울고, 무엇을 고민하고, 무..
최근 출판의 4가지 베스트셀러 전략(대산문화) 베스트셀러는 늘 사후적 탐구의 대상이다. 책이 언제, 어떻게, 왜 팔리는지 미리 알지 못한다는 말이다. 어쩌다 살짝 감이 있다. 내용을 읽고 콘셉트를 뽑고 배열을 고민하고 디자인을 구상하면서 독자의 얼굴이 떠오른다. 그 순간, 이 책은 다들 좋아해 주겠구나, 싶을 때가 있다. 물론 아주 흔한 일은 아니다.베스트셀러는 통로이고 상징이다. 그 책을 읽는 독자를 보여 주고, 그 책이 있는 사회를 드러낸다. 모두 같이 꾸는 꿈 같다. 꿈꾸고 난 다음엔 누구나 한마디 말을 보탤 지도가 되지만, 아무도 일부러 그 지도를 그릴 수는 없다. 책은 ‘소수 미디어’에 속한다. 수천 명 정도, 잘해야 수만 명 정도, 내용에 대한 깊은 관심과 취향을 공유하는 이들이 주로 읽는다. 베스트셀러는 비정상, 즉 제 영역을 넘어서 증..
소설의 진짜 재미란 무엇인가에 대하여 (동아일보 인터뷰) 역시 한 달 전쯤 《동아일보》 김지영 기자랑 인터뷰를 했습니다. 오랜만에 만나서 수다도 떨었습니다. 노벨문학상 발표를 앞두고 있어서인지 그에 대해서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한국문학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었습니다. 어쨌든 북21에서 한국소설의 표지를 분석해서 낸 보고서 내용은 상당히 흥미로웠습니다. 내용 자체의 깊이도 깊이이지만, 이런 시도 자체가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는 “독자들은 소설에서 재미와 의미를 함께 얻고자 하는데 한국 소설의 홍보 문구들은 재미는 빼고 의미에 대해서만 얘기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소설 카피뿐 아니라 한국 소설의 엄숙한 내용을 아우르는 지적임은 물론이다. 오해가 조금 있을까 봐 덧붙여 둡니다. 소설 자체가 ‘의미를 향한 강박’을 갖..
표(表), 보(保), 경(輕), 탐(探), 참(參) ―‘예스24, 2015년 상반기 베스트셀러 분석 및 도서판매 동향 발표’로 본 독서 트렌드 표(表), 보(保), 경(輕), 탐(探), 참(參)‘예스24, 2015년 상반기 베스트셀러 분석 및 도서판매 동향 발표’로 본 독서 트렌드 올해 상반기 예스24 판매 순위가 어제 발표되었다. 단순한 베스트셀러 트렌드 분석은 편집자로서 별 시사점을 얻을 수 없기에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니체의 말을 빌리자면, 편집자는 ‘미래의 문헌학자’로 살아야 한다. 그는 미리 예측하는 자이지 뒤늦게 쫓아가는 자가 아니다. 하지만 베스트셀러 외에는 독자들의 밑바닥 움직임을 읽을 수 있는 별다른 계기가 없기도 하므로 여기에 리스트를 본 소감을 간략히 적어둔다. 사실 이 글은 KBS ‘TV 책을 보다’ 자문회의 때 발표했던 것을 짧게 정리한 것이다.베스트셀러를 흔히 ‘용기’ ‘불안’과 같은 독자 심리학으로 분석하지만,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