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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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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출판 트렌드] 책에서 길을 묻다 _ 독(獨), 전(錢), 협(協), 리(理), 의(意) (시사인) 트렌드란 무엇인가? 과거가 기록한 미래다.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물처럼, 흐름이고 연속이어서 돌이킬 수 없을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기록은 오직 미래의 임무다. 과거는 기록할 수 없다. 기억할 만한 미래는 흔히 파괴이고 단절이며 전환의 형태를 취한다. 과거를 들여다보아도 미래를 알지 못하는 이유다. 미래는 미리 오지 않고 나중에 도래한다.창조자나 혁신가는 트렌드를 이야기하지 않는다. 차라리 자신이 미래를 발명하기 위해 맞서 싸워야 할 힘들에 주목하고, 힘들이 하나의 장(場)을 이루는 현실을 분석한다. 문제를 도출하고 해결책을 깊게 고민한다.출판은 고객의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공하는 솔루션 비즈니스의 일부다. 어떤 특정한 문제에 부닥쳤을 때, 사람들은 검색하거나 대화하는 대신 책을 읽는다. 올..
『숲에서 자본주의를 껴안다』를 읽고 『우애의 경제학』을 추천하다 중앙일보 '이달의 책'에 『숲에서 자본주의를 껴안다』가 선정되었다. 관련한 추천도서를 선정해 달라는 연락을 받고 한 권 고른 것이 가가와 도요히코의 『우애의 경제학』(홍순명 옮김, 그물코)이다. 이 책은 대안적 사회경제를 고민하는 모든 이들의 필독서다. 경쟁의 경제에서 우애의 경제로 나아가지 않는 한 이 지옥 같은 삶이 바뀔 희망은 전혀 없다.고욕망의 삶에서 저욕망의 삶으로 갈아타기, 즉 『숲에서 자본주의를 껴안다』에 나오는 “텃밭에서 기른 채소로 자급자족하고, 산에서 구할 수 있는 목재로 난방과 취사를 하는 삶의 방식”을 통해 지역 경제가 자립하고 경제가 순환할 수 있다. 하지만 심지어 이 책을 이달의 책으로 추천하는 신문사의 기자조차 ‘원시인이 되란 말이냐’ ‘시골에 내려가서 농사짓고 살란 말이냐’ ..
『이중톈, 사람을 말하다』(중앙북스)를 완독하다 아침과 점심, 딸아이를 미술학원에 데려갔다 데려온 시간을 제외하면 새벽부터 일어나 하루 종일 책을 읽었다. 이덕무의 말처럼, 새벽에 『논어』를 읽는 일은 하루를 온화하게 한다. 번역서의 교정지를 받아 편집자가 읽고 표시한 부분을 중심으로 읽어 가면서, 머리가 한껏 복잡해질 때마다 잠시 눈을 붙이거나 이중톈의 『이중톈, 사람을 말하다』(심규호 옮김, 중앙북스, 2013), 프랑수아 줄리앵의 『무미예찬』(최애리 옮김, 산책자, 2010), 김탁환의 『혁명――광활한 인간 정도전』(전2권, 민음사, 2014), 박형서의 『자정의 픽션』(문학과지성사, 2006)을 조금씩 들추었다.오늘 한 챕터 남았던 『이중톈, 사람을 말하다』를 완독했다. 이 책의 원제는 ‘중국의 지혜(中國的智慧)’인데, 몇 년 전 베이징 도서전..
담백한 글 『무미예찬』과 뜨거운 글 『혁명――광활한 인간 정도전』을 읽다 조금은 무기력한 주말이다. 안으로 밖으로 번잡한 생각이 많아 하루 종일 집중하기 어려웠다. 아침에는 『심경호 교수의 동양 고전 강의 ―― 논어』(민음사, 2013)를 읽고, 한낮에는 정민 선생의 『우리 한시 300수』(김영사, 2014)를 읽고, 저녁에는 『괴테 시 전집』(전영애 옮김, 민음사, 2009)를 읽었으나, 한온(寒溫)을 오락가락하는 날씨 탓인지 중년의 절정으로 치닫는 나이 탓인지 마음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다. 월요일 아침까지 YES 24에 보낼 글을 한 편 써야 하는데, 생각만 굴릴 뿐 손조차 내밀지 못하고 있다. 개인적인 번역서 한 권을 내는 문제로 새물결의 조형준 형과 대학로에서 만나 온갖 수다를 떨었다. 형은 뉴욕에서 두 해 정도 살다가 돌아온 지 열흘쯤 되었는데, 외국물을 길게 먹은..
돈키호테를 완독하고 서평을 쓰다 어찌 시간이 가는지 모르겠다. 지난주와 이번 주에 걸쳐서 《세계의 문학》 신인상 심사가 두 차례 있었고, 그날마다 술자리가 있었다. 새로운 시인과 소설가를 만나는 건 언제나 가슴 뛰는 일이다. 또 오랜만에 친구들과 문단 후배들을 만나서 더 좋았다. 지난 금요일에는 월요일 부서장 회의 준비를 하느라 나올 책들을 살피고 시장을 들여다보느라 저녁 시간을 온통 보냈다. 책과 출판의 세계는 여전히 뜨겁고 읽고 싶은 책들은 항상 쏟아져 나오지만, 그 열기는 좀처럼 확산되지 못하는 듯하다. 동맥경화일까? 어딘가에서 흐름이 막혀서 역류가 계속 일어나는 느낌이다. 주말에는 읽던 책을 마무리하고 틈틈이 새로운 책을 고르느라고 보냈다. 『하버드 문학 강의』(이순, 2012)와 『돈키호테』(시공사, 2004)를 드디어 완독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