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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밍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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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밍웨이 등을 마저 읽으며 설 오후를 보내다 처가에서 집으로 돌아오니 벌써 오후 2시가 다 되었다. 별로 막히지 않은 것 같은데도, 은근히 길에서 시간을 다 보냈다. 문안 겸 어머니 집에 가서 점심을 먹고 집에 돌아와 간단히 씻고 낮잠을 청했다. 그리고 미루어 두었던 책들을 꺼내 읽었다. 아울러 틈틈이 출판마케팅연구소에서 했던 기획 좌담 내용을 정리 중이다. 얼마나 말을 많이 했던지 쳐내도, 쳐내도 끝이 없다.『헤밍웨이 단편선 1』(김욱동 옮김, 민음사, 2013)을 거의 다 읽었다. 읽을수록 그동안 내가 ‘하드보일드’라는 스타일에 대해서 얼마나 무지했는지를 깨닫게 된다. 그건 다만 문장이 아니라 인생에 대한 어떤 태도를 지칭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감정을 배제한 속도감 넘치고 극단적으로 간결한 문체란, 인생에 대한 극한의 허무주의와 같은 것은 아닐..
절각획선(切角劃線) - 2014년 1월 29일(수) 새 소설 『혁명 ―― 광활한 인간 정도전』의 출간을 앞두고 탁환이 찾아와서 술을 마시느라 어제는 글을 쓰지 못했다. 아직도 피곤하고 머리가 아프다. 작취불성(昨醉不醒). 술만 마시면 거의 이러는 것을 보면 이제 술과 정말로 이별할 때가 된 듯하다. 읽던 책들을 계속 읽어 가면서 새로운 책을 몇 권 호시탐탐 엿보는 중이다. 『헤밍웨이 단편선』(김욱동 옮김, 민음사, 2013)을 짬날 때마다 한 편씩 읽고 있다. 건드리면 주르르 모래로 쏟아질 듯한 건조한 문체의 극단을 보여 주는 작품들이 이어진다. 극도로 절제된 감정, 사건의 적요(摘要)만 따르는 냉혹한 시선……. 읽다 보면 저절로 숨이 막혀 오다가 어느새 인생의 달고 쓴 맛이 느껴지는 마지막 문장에 이르고 만다. 사색이나 표현이 아니라 건조와 속도로 승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