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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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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품격 요즘 들어 새벽에 한 시간 정도 사전 읽는 취미를 붙였다. 단어 하나를 찾아 뜻을 새기고, 이어지는 단어를 찾아 떠돌면, 시간이 훌쩍 지난다. 시라카와 시즈카의 『상용자해』(박영철 옮김, 도서출판 길, 2022)가 여행의 길잡이다. ​ 시라카와에 따르면, 언어는 그 근본에서 모두 주술적 성격을 띤다. 말[言]은 그릇[口]에 형벌 도구인 여(余, 바늘)를 꽂아서 신에게 맹세하는 일이다. 이때 口는 ‘입’이 아니라 ‘신에게 바치는 축문을 담은 그릇’이다. 갑골이나 청동기에는 ‘ㅂ’ 닮은 모양으로 새겨져 있다. ​ 모든 말에는 신성이 깃들어 있어서, 발화만으로도 세상을 바꾸는 힘이 있다. 말과 행동이 어긋나면 신의 벌이 내리므로 말을 함부로 해선 안 된다. 신은 언어에 깃든 뜻을 살펴서 되새길 줄 아는 사람에..
학문에 대하여(시라카와 시즈카) ​​나 자신이 어떤 학문을 창시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하는 책임을 지게 되었습니다. 단순히 남의 학문을 수용하는 것으로 만족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나 자신이 연구자가 되고 창조자가 되어, 새로운 학문을 수립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하는 입장이 된 셈이지요. (중략) 학문이란 것은 시대와 더불어 움직이고 시대와 더불어 진보하는 것이어서, 일생 자기의 스승에 고개를 쳐들 수 없다고 한다면 학문은 퇴보할 뿐입니다. 퇴각할 뿐입니다. 제자들은 모름지기 선생의 머리를 밟고, 그 위를 넘어서 나가지 않으면 학문의 진보란 있을 수 없습니다. 시라카와 시즈카 선생의 말이다. 새벽에 문득 선생이 쓴 [한자, 백 가지 이야기](심경호 옮김, 황소자리, 2005)를 꺼내 다시 또 읽다가 느낀 바 있어 옮겨 적는다. 시골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