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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과 서평/절각획선(切角劃線)

학문에 대하여(시라카와 시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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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자신이 어떤 학문을 창시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하는 책임을 지게 되었습니다. 단순히 남의 학문을 수용하는 것으로 만족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나 자신이 연구자가 되고 창조자가 되어, 새로운 학문을 수립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하는 입장이 된 셈이지요. (중략) 학문이란 것은 시대와 더불어 움직이고 시대와 더불어 진보하는 것이어서, 일생 자기의 스승에 고개를 쳐들 수 없다고 한다면 학문은 퇴보할 뿐입니다. 퇴각할 뿐입니다. 제자들은 모름지기 선생의 머리를 밟고, 그 위를 넘어서 나가지 않으면 학문의 진보란 있을 수 없습니다. 



시라카와 시즈카 선생의 말이다. 새벽에 문득 선생이 쓴 [한자, 백 가지 이야기](심경호 옮김, 황소자리, 2005)를 꺼내 다시 또 읽다가 느낀 바 있어 옮겨 적는다.

시골 마을에서 사람들과 한시를 같이 읽으면서 공부란 무엇인가, 자기 학문을 만들어 간다는 게 무엇인가, 왜 읽고 쓰고 생각하는가와 같은 질문을 던지고 답하려 애쓰는 중이다.

2월에 여기저기 강연이 있고, 3월에는 대학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새로운 프로젝트도 시작한다. 쓰는 사람과 함께하고 읽는 사람을 만들어 내는 게 내 평생의 업이다. 이 업에 점차 쓰고 말하는 사람인 또 다른 나도 고개를 들이밀고 있다. 즐겁고 무겁다. 그리고 기껍고 힘겹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