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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시케의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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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의 ‘감정 사전’을 비판적으로 다시 쓰다 김신식의 『다소 곤란한 감정』(프시케의숲, 2020)을 읽다. 이 에세이는 ‘심정’을 다루고 있다. 김경자・한규석의 논의를 빌려서 저자는 심정을 “상대방이 이해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지닌 활성화된 속마음”으로 정의한다. 한마디로, 심정이란 어떤 일이 일어났을 때 상대방 마음에 신경 쓰도록 하는 감정의 특정한 작용이다.왜 어떤 사람은 다른 사람 마음에 더 신경을 쓸까? 사회 내 위계가 사람의 감정을 불공평하게 표출하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누군가의 감정을 읽는다는 것은 한 사회가 감정을 처리하는 특정한 규칙을 다루는 일이고, 동시에 감정을 권력의 작동을 들여다보는 렌즈로 사용함으로써 한 사회 내부에 층층이 쌓여 있는 위계를 읽어내는 일이다. 이 책이 “한국사회의 감정 문화에 대한 비평”이면서 한국사..
한 입의 즐거움, 거의 모든 디저트의 역사 디저트의 시대가 열리다 “『옥스퍼드영어사전』은 디저트를 ‘정찬이나 저녁 뒤에 나오는, 과일・사탕 등으로 이루어진 코스’라고 정의하고 있다. 디저트라는 단어는 프랑스어 ‘desservir(식후에 식탁을 치우다)’에서 유래했다.” 영국의 음식문화 전문 작가 제리 퀸지오의 『디저트의 모험』(박설영 옮김, 프시케의숲, 2019)을 읽는데, 딸아이가 불쑥 말한다. “다 읽고, 나 줘!” 요즈음 인스타그램 등에서 예쁜 디저트 사진 올리는 게 유행이라고 덧붙인다. 후배들하고 밥 먹을 때, 종종 듣곤 했다. 배불리 먹고 직후에도 디저트 들어갈 배는 따로 있다고. 방금 전까지 다이어트를 심각히 논하면서 반 그릇만 드신 듯한데……. 바야흐로 ‘디저트의 시대’다. 다이어트에 실패할지언정 디저트에 뒤져선 감히 힙(hip)함을..
《기획회의》 신간토크 제455호(2018년 1월 5일) 강양구와 함께하는 《기획회의》 신간토크. 최근 2주간 출간된 신간들을 대상으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필자가 이야기한 부분만, 살짝 매만져서 올릴 예정. 김숨, 『너는 너로 살고 있니』(마음산책)“‘닿다’를 발음할 때면 혀끝에서 파도가 이는 것 같습니다. 인간은 매 순간, 어머니의 자궁에서 잉태되는 순간부터 땅속에 묻혀 소멸하는 순간까지, 그 무엇과 닿으며 사는 게 아닐까요.”김숨의 소설에 임수진의 일러스트를 더한 서간체 그림소설 『너는 너로 살고 있니』가 마음산책에서 나왔습니다.무명의 여배우가 경주로 내려가 11년째 식물인간 상태인 한 여자를 간호하면서 생기는 마음의 변화를 담은 작품입니다.두 사람 모두 ‘아무도 아닌 자’입니다. 한쪽은 ‘살아서 죽은 자’이고, 다른 쪽은 ‘죽은 듯 사는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