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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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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어난 인간은 자기 내부에서 힘을 발견한다 _카렌 암스트롱의 『스스로 깨어난 자 붓다』(정영목 옮김, 푸른숲, 2003) 카렌 암스트롱의 『스스로 깨어난 자 붓다』(정영목 옮김, 푸른숲, 2003)를 다시 읽었습니다. 읽을 때마다 거룩한 삶에 대한 갈망이 내면에서 더욱 크게 솟는 것을 느낍니다. 나이 들수록 하루하루가 헛헛해지는 이 기분은 늙고 병들어 죽는 날이 다가오는 것에 대한 본능적인 두려움 탓일까요. 아아, 마음에 고요한 중심이 마련되기를 바랍니다. 내면에서 일어선 힘으로 이 무의미한 자아의 바깥으로 나갈 출구가 보이기를 바랍니다. 이 책이야말로 언젠가, 독서 모임을 이루어, 같이 읽고 싶습니다. 붓다는 인간이 되는 새로운 방법을 찾으려고 했다. (25쪽) 괴로움이라는 현실의 침입을 허용하지 않는다면 영적 삶은 시작도 할 수 없다. 그 현실이 우리 존재 전체에 완전히 스며들어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우리 마음에 들지..
[2015년 출판 트렌드] 책에서 길을 묻다 _ 독(獨), 전(錢), 협(協), 리(理), 의(意) (시사인) 트렌드란 무엇인가? 과거가 기록한 미래다.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물처럼, 흐름이고 연속이어서 돌이킬 수 없을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기록은 오직 미래의 임무다. 과거는 기록할 수 없다. 기억할 만한 미래는 흔히 파괴이고 단절이며 전환의 형태를 취한다. 과거를 들여다보아도 미래를 알지 못하는 이유다. 미래는 미리 오지 않고 나중에 도래한다.창조자나 혁신가는 트렌드를 이야기하지 않는다. 차라리 자신이 미래를 발명하기 위해 맞서 싸워야 할 힘들에 주목하고, 힘들이 하나의 장(場)을 이루는 현실을 분석한다. 문제를 도출하고 해결책을 깊게 고민한다.출판은 고객의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공하는 솔루션 비즈니스의 일부다. 어떤 특정한 문제에 부닥쳤을 때, 사람들은 검색하거나 대화하는 대신 책을 읽는다. 올..
[2015년 나를 뒤흔든 책] 세상의 고통에 지지 않는 ‘마법의 주문’ _ 스스로 깨어난 자 붓다(중앙일보) 책을 읽고 나면 반드시 ‘마법의 주문’을 하나씩 챙긴다. 세상이 무시무시하게 느껴질 때마다, 인생의 축이 뒤틀릴 때마다, 몸이 고통으로 괴로워할 때마다, 앞날이 비애로 가득 찰 때마다 스르르 떠올라서 마음에 힘을 붙여주는 구절 하나.“틀림없이 다른 길이 있을 것이다.”『스스로 깨어난 자 붓다』에서 만난 ‘마법의 주문’이다. 마음에 칼이 선 상태로 사람은 무엇도 할 수 없다. 뾰족한 끝이 자신을 찌르고 벼린 날이 친구마저 베기 십상이다. 삶의 의미가 돈에 먹혀 버린 실망과 공허를 이기지 못하던 나날에, 방송국 소개로 이 책을 만났다. 역사적 붓다 고타마의 수행을 한 문장씩 따라가면서 눈의 비늘을 조금씩 떼어낼 수 있었다.고타마는 삶이란 기쁨보다 슬픔에, 즐거움보다 괴로움에 가깝다고 말한다. 모든 인생은 죽..
[오래된 독서공동체를 찾아서] <4> 감상 내용·장소·뒤풀이자리까지 빼곡… 조선 선비 詩會 기록 보는 듯 (부천 언니북) 초록색 표지가 아주 산뜻하다. 흰 글씨로 위쪽에는 ‘언니북’이라는 제목이 달렸고, 아래에는 영문으로 ‘only book’이라고 적혔다. 우리말로 읽으면 상냥하고, 영문으로 읽으면 뜻이 선명하다. 언니들의 책 모임, 오로지 책이라는 뜻이다. 100회 모임을 기념해 만들고, 서로 나누어 가진 토론 기록집이다. 기록은 치밀하고 철저하다. 날짜, 장소, 참석자, 토론 내용은 당연하고, 같이 모여서 기념으로 찍은 사진과 모임 후 뒤풀이 일까지 하나도 빠짐없이 들어 있다. 마치 조선 선비들의 시회(詩會) 기록을 보는 듯하다. 6명 언니들의 오로지 책 모임첫 모임이 있었던 날을 살펴보자. 2010년 7월 6일 화요일 저녁이다. “첫날 시작은 네 명”이라고 적혀 있다. 직장 근처 한식집 메이필드에서 먼저 네 사람이 모..
표(表), 보(保), 경(輕), 탐(探), 참(參) ―‘예스24, 2015년 상반기 베스트셀러 분석 및 도서판매 동향 발표’로 본 독서 트렌드 표(表), 보(保), 경(輕), 탐(探), 참(參)‘예스24, 2015년 상반기 베스트셀러 분석 및 도서판매 동향 발표’로 본 독서 트렌드 올해 상반기 예스24 판매 순위가 어제 발표되었다. 단순한 베스트셀러 트렌드 분석은 편집자로서 별 시사점을 얻을 수 없기에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니체의 말을 빌리자면, 편집자는 ‘미래의 문헌학자’로 살아야 한다. 그는 미리 예측하는 자이지 뒤늦게 쫓아가는 자가 아니다. 하지만 베스트셀러 외에는 독자들의 밑바닥 움직임을 읽을 수 있는 별다른 계기가 없기도 하므로 여기에 리스트를 본 소감을 간략히 적어둔다. 사실 이 글은 KBS ‘TV 책을 보다’ 자문회의 때 발표했던 것을 짧게 정리한 것이다.베스트셀러를 흔히 ‘용기’ ‘불안’과 같은 독자 심리학으로 분석하지만, 나..
「TV 책을 보다」 스스로 깨어난 자, 붓다 편 소개가 나왔네요. “우리는 인생에서 실패하기 쉬운데, 그 실패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서 다음 단계의 삶이 열리느냐, 그렇지 않느냐가 갈린다. 고타마는 자기만의 수행 방법으로 비로소 깨달음을 얻게 된다. 실패로부터 일어선 자만이 새로운 인간이 될 수 있다. 이게 인간 고타마가 우리한테 이야기 해 주는 건 아닐까...”내가 방송에서 가장 하고 싶은 말이었다. 붓다는 스스로 깨달은 자이기도 하지만, 인생의 거대한 실패로부터 스스로 일어선 자이기도 하다. 이 말은, 작게는 스승이나 동료들로부터 받은 수행법을 통해서 깨달음을 얻지 못하고 죽음의 위협에 처했을 때 좌절하지 않고 자기만의 독창적인 수행 방법을 통해서 모든 인간을 구할 깨달음을 얻은 일을 뜻하지만, 크게는 생로병사라는 누구나 겪을 수밖에 없는 생명의 필연적 실패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