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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시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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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시즘 바이러스 『루이 보나파르트의 브뤼메르 18일』(1852)에서 마르크스는 말했다. “헤겔은 어딘가에서 세계사의 모든 위대한 사건과 인물은 두 번 등장한다고 언급했다. 그런데 그가 잊고 덧붙이지 않은 말이 있다. 첫 번째는 비극, 두 번째는 소극(farce)이라는 점이다.” 비극의 주인공은 프랑스 혁명 직후에 등장한 나폴레옹이고, 소극의 주인공은 1848년 혁명 이후에 나타난 그 조카 나폴레옹 3세다. 마르크스에 따르면, 이 사건은 부르주아의 본질을 폭로했다. “만일 민주주의의 가치(자유, 평등, 박애)를 버리는 것이 곧 경제적 지배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의미라면, 부르주아 계급은 언제든지 그 가치를 차 버릴 준비가 되어 있다.” 새로운 보나파르트인 ‘스트롱맨’ 도널드 트럼프 역시 같은 사실을 드러낸다. “미국의 많..
가라타니 고진의 『자연과 인간』(조영일 옮김, 도서출판 b, 2013)을 읽다 1내가 가라타니 고진의 책을 처음으로 접한 것은 미국의 콜롬비아대학교 출판부에서 나온 『일본 근대문학의 기원』의 영문판이었다. 프레드릭 제임슨의 서문이 붙은 이 책을 읽고 나는 적잖은 흥분을 느꼈다. 그것은 두 가지 이유에서였다. 하나는 내 문학적 스승 중 한 분인 김윤식 교수의 연구를 지탱하는 이론적 기둥 하나를 보았다는 점이고(일본으로만 한정하면 고바야시 히데오에서 에토 준으로, 에토 준에서 가라타니 고진으로 이어진다. 이 과정은 김윤식의 『내가 읽고 만난 일본』(그린비, 2012)에 자세히 그려져 있다.) 다른 하나는 그의 논의가 날로 지지부진해져 가고 있는 한국문학 연구의 한 탈출구를 제공하는 것처럼 보였다는 점이다.오로지 이 감각에만 의존해 나는 1970년대 이후 오랫동안 끊어졌던 일본 지성사를..
밑줄과 반응 2012년 5월 26일( 토) 1 "롤-리-타. 세 번 입천장에서 이빨을 톡톡 치며 세 단계의 여행을 하는 혀끝. 롤. 리. 타." (『롤리타』(블라디미르 나보코프 지음, 권택영 옮김, 민음사 펴냄), 15쪽) 활자 유랑자 금정연 씨가 프레시안에 쓴 글 「김수영의 독설 "'목마와 숙녀' 박인환은 양아치!"」에서 마주친 구절. 나보코프는 감각의 천재다. 한 사람의 마음속에 사는 영원한 거주자를 이토록 감각적 표현으로 보여 준 이는 많지 않다. 눈을 감고 가만히 굴려 본다. 내 마음속 그늘에서 분주히 움직이는 그 수많은 이들의 이름을. 혀끝에 올려서 한 자씩 튀겨 가면서 입술과 혀의 움직임을 생각해 본다. 내 혀끝은 어떤 모양을 그리면서 움직이고 있는가? 문장은 체험과 관찰과 사유를 통해서만 비로소 단련된다. 멋진 구절이다. 롤리타 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