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청춘

(3)
[21세기 고전] 인생에 좌절은 있어도 패배는 없다 - 공선옥, 『내가 가장 예뻤을 때』 인생에 좌절은 있어도 패배는 없다공선옥, 『내가 가장 예뻤을 때』(문학동네, 2009) 지하철역을 놓쳤다.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잠시를 못 참고, 또다시 책을 손에 잡은 탓이다. 허둥거리며 약속 장소로 뛰는데, 뒤가 궁금하면서 길 한쪽에 주저앉아 또 읽고 싶다. 처음 접하는 작품도 아닌데, 아무튼 이 지경이다. 이것이 공선옥이다. 『내가 가장 예뻤을 때』다. 조금도 편한 이야기가 아닌데도, 마음의 장벽을 넘어온 문장들이 잔상을 남기면서 시선을 다음으로, 다음으로 잡아끈다.“이글이글 타오르는 화톳불 위에서 고기가 익어 갔다. 제재소 마당에 유일하게 서 있는 목련나무 고목의 꽃망울이 팽팽하게 부풀어 오르는 봄날 저녁, 그늘이 포근히 내리고 있었다. 그 마당으로 환이 나왔다. 환이 나오자 어두운 마당이..
박진영의 『책의 탄생과 이야기의 운명』(소명출판, 2013)을 읽다 책의 탄생과 이야기의 운명 박진영 지음/소명출판 오랫동안 블로그에 글을 쓰지 못했다. 글은 대개 번민의 산물이지만 또 여가의 결과이기도 해서, 시절이 작은 겨를조차 앗아 갈 때에는 이곳은 좀처럼 채워지지 못하고 텅 비게 된다. 그사이 이런저런 글도 몇 편 쓰고, 책도 십여 권 읽었지만 마음이 전혀 따르지 못해서 여기에 옮겨 두지 못했다. 입시를 앞둔 아이들 탓에 여행을 떠나기 힘든 긴 연휴를 틈타 서재를 정리한 후에야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 꾸준한 마음이 계속될지 모르나, 일단 내키는 대로 계속 적어 볼 요량이다. 근대 자본주의와 책의 불멸성과 편집자의 운명에 대해 고민하는 이라면, 박진영의 『책의 탄생과 이야기의 운명』(소명출판, 2013)을 한 번쯤은 읽어야 할 것이다. 대한제국의 소멸과 일제강점..
행복에 대하여(에피쿠로스) “행운아라고 일컬어지는 사람은 청년이 아닌, 지금껏 잘 살아온 노인이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청춘기에는 자신의 믿음에 확신이 없어 많이 방황하지만, 정박할 항구에 다다른 노인은 자신의 참 행복을 잘 지켜낸 사람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평생을 행복하게 살기 위한 가장 위대한 지혜는 우정이다.” 쾌락의 철학자로 알려져 있는 에피쿠로스는 사실 행복의 철학자였던 것이다. 나는 그의 글을 제대로 읽어본 적이 없는데, 오늘 《월스트리트저널》 한국어판 기사를 읽다가 문득 위의 구절을 만나고는 이 사람 책을 읽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