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채식주의자

(3)
자기를 성찰하면서 사회를 다시 쓰기 - 2016년 한국 출판시장의 흐름 《시사인》에 기고했던 글입니다. 2016년 출판시장을 몇 가지 흐름으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자기를 성찰하면서 사회를 다시 쓰기2016년 한국 출판시장의 흐름 “18년 동안 사익을 한 번도 추구하지 않았다”는 인간-기계가 통치하는 세상은, 틀림없이 무참하고 무의미하며 불행한 지옥일 것이다. 욕망은 타자로부터, 타자를 통해서 비로소 도래한다. 욕망이란 항상 타자에 대한 욕망이기에, 타자와 더불어 살아가는 한 온전히 제거할 수 없다. 따라서 자기 욕망을 완전히 없애 버렸다고 믿는 자는 자기 삶에서 타자를 뿌리째 뽑아 버린 괴물이다. 그런 존재는 ‘스스로 자기 이름을 부르는 자’인 신이거나, 누군가 프로그래밍해 주는 대로 살아가는 꼭두각시 기계일 수밖에 없다. 타자가 보이지 않기에 눈앞에서 어두운 물속으로 가라..
베스트셀러 1위 장기 독주, 슈퍼베스트셀러의 소멸을 어떻게 볼 것인가 하나의 책이 베스트셀러 1위를 장기적으로 독점하면서, 판매량을 누적해 결국 밀리언셀러에 오르는 현상(슈퍼 베스트셀러 현상)이 사라진 데 대한 출판계 지인들의 관심이 큰 것 같다. 《조선일보》 신동흔 기자의 「베스트셀러 1위 장기 독주가 사라진다」와 이데일리 김용운 기자의 「베스트셀러 1위 장기 집권 시대 끝났나」라는 기사가 연이어 나왔다. 이러한 ‘슈퍼 베스트셀러’의 갑작스러운 소멸은 출판산업과 관련한 잠재적 질문을 여러 가지 동반한다. 첫째, 베스트셀러 리스트에 나타난 이와 같은 현상은 특이한 현상인가, 아니면 정상적 과정인가. 개인적으로는 오히려 특정 서적이 베스트셀러 1위 자리를 독점하는 현상이 ‘어떤 특이한 시기’를 표시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어떤 책이 베스트셀러 리스트에 장기적으로 오를 수는 있..
자유를 향한 무섭고 끔찍한 갈망 _한강의 『채식주의자』(창비) 한강의 『채식주의자』가 맨부커 인터내셔널 상을 수상했습니다. 한국인으로서는 최초로 영예를 안은 한국문학의 쾌거입니다. 예전에 경향신문에 썼던 서평을 블로그로 옮겨서 기념합니다. 자유를 향한 무섭고 끔찍한 갈망 “모든 것은 무의미하다. 더 이상은 견딜 수 없다. 더 앞으로 갈 수 없다. 가고 싶지 않다.”어느 날, 불쑥, 마음속으로 문장이 일어선다. 아침을 챙기려고 문득 냉장고 문을 열었을 때일 수도 있다. 바쁨과 분주함 사이 올려다본 눈으로 파란 하늘이 끼어들었을 때일 수도 있다. 하루를 지내고 노란선 바깥에서 지하철을 멍하니 기다릴 때일 수도 있다. 아무튼, 무조건, 찾아온다. 삶의 의미를 신으로부터, 자연으로부터, 공동체로부터 얻지 못하고 스스로 길에서 찾을 수밖에 없는 현대인은 인생이 습기를 잃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