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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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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 중독 수다란 무엇인가. 미국의 언론학자 피터 펜베스에 따르면, “어떤 가치 있는 것도, 중요한 것도, 흥미로운 것도 포함되지 않는 이야기”를 말한다. 말 자체는 한없이 계속될 수 있다. 한가한 주말 오후 별로 안 친한 지인과 일없이 만났을 때처럼, 친목 모임에서 자리에 없는 사람들 뒷담화로 시간을 죽일 때처럼,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나 카카오톡 단톡방에서 문장이 흘러갈 때처럼, 시간이 닿는 한 말은 영원히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체력이 다할 때까지 이야기를 나누어도, 수다는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의미 있는 말은 사실상 한마디도 주고받지 않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말하지 않으려고 모든 것을 이야기하는 아이러니가 이로부터 생겨난다. 상대방이 자기 인생에서 그다지 중요하지 않음을 표시하려고 한시도 쉬지 않고 입을 떼..
여행, 살아서 겪는 죽음 《중앙선데이》에 한 달에 한 번 쓰는 칼럼입니다. 이번에는 다가올 휴가철을 맞아서 ‘여행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호메로스에 따르면, 최고의 여행은 카타바시스, 즉 저승여행입니다. 살아서 죽음을 겪는 것, 산고를 겪고 여자가 되어 돌아오는 것입니다. 조금 보충했습니다. 여행, 살아서 겪는 죽음 소년은 불우했다. 어머니는 죽고, 아버지는 떠났다. 숙부네 집에 얹혀살면서 인쇄 견습공 일을 하던 소년은 열여섯 살 때 처음 여행을 한다. 순간적인 충동이었다. 친구들과 놀다 돌아오는데 성문이 닫혀 있었을 뿐이다.“모든 것을 버리고 떠나라.”야훼의 명령을 받고 기꺼이 집을 나선 아브라함처럼, 어떤 운명을 느낀 소년은 숙부의 집으로 돌아가는 대신에 그대로 몸을 돌려 길을 떠난다. 며칠 동안 제네바 성 주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