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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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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의 기적은 매일매일 일어난다 ― 미시마 구니히로의 『좌충우돌 출판사 분투기』(윤희연 옮김, 갈라파고스, 2016)를 읽다 출판의 기적은 매일매일 일어난다― 미시마 구니히로, 『좌충우돌 출판사 분투기』(윤희연 옮김, 갈라파고스, 2016)를 읽다 편집자의 생명줄은 두 가지다. 하나는 데이터 또는 경험, 또 하나는 영감이다. 회사를 다니면서 뼈저리게 느낀 게 있다. 데이터는 조사로 만들 수 있고, 경험은 일해서 축적할 수 있지만, 영감이 바닥을 치면 끝이라는 것이다. 소진과 고갈의 허탈과 지루를 견뎌낼 만큼의 뻔뻔함이 있다면 아마도 이 일을 시작하지 못했을 터이다. 하루하루를 무의미와 멍 때림으로 흘려보내기에는 의미의 집적체인 책이 쏟아내는 아우라를 도저히 견디기 힘들다. 미시마샤의 사장 미시마 구니히로도 그랬다. “‘뭘 위해서’ 하는지 잘 모르겠는 일을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소화해 내는 와중에, 감각이 마비”되어 “생각해야..
여름에 읽기 좋은 우리 문학 예스24에서 여름마다 내는 전자 잡지 《문학의 숲을 거닐다》의 기획 코너 ‘여름에 읽기 좋은 우리 소설’에 짤막한 글을 하나 썼다. 아래에 옮겨 둔다. 문학과 관련해서 세상에 떠도는 말들 중 듣기 괴로운 말이 있는데, 이른바 ‘문단 4대 천왕’과 같은 말이다. 어디에서 연유한 말인지는 알 수 없으나, 아마도 공지영, 김훈, 신경숙, 황석영 등 소설책을 내기만 하면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작가들을 가리키는 말인 듯한데, 이건 무슨 무협 세계도 아니고, 말초적 호기심을 달구어서 세속적 관심이나마 끌어 보려는 속셈이 어쩐지 아프고 불편하다.문학이란 제자리에서 각자의 모양으로 피어나는 야생초와 같다. 네 가지 풀 말고도 어떤 풀이든 상관없이, 이 뜨거워지는 지구에서 삶의 온실 가스를 빨아들여 청량한 산소로 바꾸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