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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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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시대 양반부부, 낮엔 대화하지 않았다 《문화일보》에 두 주에 한 번 쓰는 서평입니다. 이번에는 채백의 『조선시대 백성들의 커뮤니케이션』(컬처룩, 2018)을 다루었습니다. 조선후기와 개화기의 소설을 분석하여, 역사에 기록을 남기지 못한 일반 민중들의 소통 방법을 복원하려 한 흥미로운 학술서입니다. 아래에 옮겨 둡니다. 조선시대 양반 부부, 낮엔 대화하지 않았다채백, 『조선시대 백성들의 커뮤니케이션』(컬처룩, 2018) 역사에는 항상 힘이 작용한다. 문자를 읽고 쓸 줄 아는 이가 드물었던 시대에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기 쉬웠다. 책을 불사르고 사람을 묻는 한이 있어도, 권력자들은 ‘용비어천의 노래’를 기어이 남기고 싶어 했다. 패자는 승자의 상대로나마 기록되었지만, 일반 민중들은 역사에 한 줄을 얻기 어려웠다. 로버트 냅의 말처럼 그들은 ‘보이..
정치와 윤리에 대하여 “마주하게 되는 고난과 시련을 두려워하지 말라. 당당히 맞서야 마음이 강해지고 끈기가 생겨나 이전에 하지 못했던 일들을 해낼 수 있다.” (효종) 1 김준태의 『군주의 조건』(민음사, 2013)을 읽다. 김준태는 조선 시대 정치 사상을 연구하는 젊은 정치학자인데, 사상 자체가 아니라 경세(經世)에 관심을 둔 특이한 사람이다. 요컨대 하륜, 조준, 황희, 이준경, 김육 등 사상의 길에는 작은 빛을 남겼으나 현실의 도로에는 굵은 자취를 남긴 재상들을 연구한다. 그리고 조선의 왕들을 정치가로서, 행정가로서 들여다본다. 이번 책은 후자의 결과인 셈이다. 2 이 책을 읽다가 문득 다시 깨달았다. 인간을 뜨겁게 만들고 심지어 목숨조차 걸도록 만드는 것은 윤리가 아니라 사실 정치였다는 것을, 윤리는 정치의 출발점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