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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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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미국의 세기’는 저물고 있다 세계의 심장이 부활하고 있다. 유라시아 대륙은 “세계 인구의 75%, 에너지 매장량의 75%, 세계 총생산의 60%를 보유”하고 있다. 인류 역사의 대부분 동안 이곳이 “지정학적 중심축”이었으며, 서반구와 오세아니아 등은 “지정학적 주변부”에 불과했다. 지난 수백 년 동안, 서구 여러 제국은 함선 등 과학기술을 활용해 기동력을 확보함으로써 이 심장을 해양에서 포위하는 식으로 패권을 얻었다. 네덜란드, 스페인, 영국, 미국 등이 모두 같은 지정학적 전략을 사용했다. 그러나 경제 대국으로 일어선 중국의 거대한 투자를 바탕으로 철도와 고속도로, 석유와 천연가스 수송관 등이 유라시아 내륙에 들어서면서 유라시아 전체가 하나로 통합돼 ‘세계섬’을 이룩하는 ‘대전환’이 시도되는 중이다. 제국이란 “강대국이 직접 통치..
가라타니 고진의 『자연과 인간』(조영일 옮김, 도서출판 b, 2013)을 읽다 1내가 가라타니 고진의 책을 처음으로 접한 것은 미국의 콜롬비아대학교 출판부에서 나온 『일본 근대문학의 기원』의 영문판이었다. 프레드릭 제임슨의 서문이 붙은 이 책을 읽고 나는 적잖은 흥분을 느꼈다. 그것은 두 가지 이유에서였다. 하나는 내 문학적 스승 중 한 분인 김윤식 교수의 연구를 지탱하는 이론적 기둥 하나를 보았다는 점이고(일본으로만 한정하면 고바야시 히데오에서 에토 준으로, 에토 준에서 가라타니 고진으로 이어진다. 이 과정은 김윤식의 『내가 읽고 만난 일본』(그린비, 2012)에 자세히 그려져 있다.) 다른 하나는 그의 논의가 날로 지지부진해져 가고 있는 한국문학 연구의 한 탈출구를 제공하는 것처럼 보였다는 점이다.오로지 이 감각에만 의존해 나는 1970년대 이후 오랫동안 끊어졌던 일본 지성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