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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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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최고 지식인’ 추대는 정쟁(政爭)의 산물 두 주에 한 번씩 《문화일보》에서 신간을 읽고 서평을 쓰고 있다. 빠르게 책을 읽고 이를 서평이라는 형태로 남기는 것은 여러 번 밝혔지만, 내게는 또 다른 즐거운 모험이다. 편집자 일을 하면서 습관적으로 책을 읽어 왔고, 또 기꺼이 개인적으로 이런저런 책을 골라서 읽어 왔기에 읽기 자체는 그다지 모험이 아니다. 거기에 쓰기가 덧붙은 것은 아직 익숙지만은 않지만, 또 평생 늘 해 왔던 일이기도 하다. 지난 주에 읽은 책은 연세대 최연식 교수의 『조선의 지식계보학』(옥당, 2015)이다. 니체가 생성하고 푸코가 생각의 도구로 발전시킨 학문인 ‘계보학’을 이용해서 정암 조광조, 퇴계 이황, 율곡 이이, 하서 김인후 등이 조선 최고의 지식인으로 손꼽히기까지의 과정을 추적한다. 말로 물어뜯고 위협하고 피로 얼룩져..
돈키호테를 완독하고 서평을 쓰다 어찌 시간이 가는지 모르겠다. 지난주와 이번 주에 걸쳐서 《세계의 문학》 신인상 심사가 두 차례 있었고, 그날마다 술자리가 있었다. 새로운 시인과 소설가를 만나는 건 언제나 가슴 뛰는 일이다. 또 오랜만에 친구들과 문단 후배들을 만나서 더 좋았다. 지난 금요일에는 월요일 부서장 회의 준비를 하느라 나올 책들을 살피고 시장을 들여다보느라 저녁 시간을 온통 보냈다. 책과 출판의 세계는 여전히 뜨겁고 읽고 싶은 책들은 항상 쏟아져 나오지만, 그 열기는 좀처럼 확산되지 못하는 듯하다. 동맥경화일까? 어딘가에서 흐름이 막혀서 역류가 계속 일어나는 느낌이다. 주말에는 읽던 책을 마무리하고 틈틈이 새로운 책을 고르느라고 보냈다. 『하버드 문학 강의』(이순, 2012)와 『돈키호테』(시공사, 2004)를 드디어 완독했..
은퇴를 앞둔 이들에게 책 읽기를 권하는 이유 사람들 대부분은 조영무(趙英茂)가 누구인지 잘 알지 못한다. 하지만 그가 했던 일을 이야기해 주면 누구나 ‘아, 그 사람!’ 하고 떠올린다. 그 이미지는 다소 부정적이다. 이방원의 명을 받고 선죽교에 잠복했다가 정몽주를 철퇴로 내리쳐 죽이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한 사람인 까닭이다. 조선 건국 이후에도 그는 이방원의 편에서 다시 무력행사에 앞장섬으로써 자기 얼굴에 피를 묻혔다. 이 때문에 그 이름에는 인간백정 이미지가 덧씌워져 회자되었고, 역사의 고비마다 벌였던 대단한 활약에도 버려야 할 귀감이 되어 시간의 틈바구니에 묻혀 버렸다. 그런데 나에게는 조영무에 대한 또 다른 이미지가 있다. 예전 보았던 드라마 『용의 눈물』에서 그려진 말년의 조영무 초상이다. 제2차 왕자의 난 이후 실권을 장악한 이방원은 장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