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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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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의 역사는 실크로드로 흐른다 _ 피터 프랭코판의 『실크로드 세계사』를 읽다 이번 《문화일보》 서평은 피터 프랭코판의 『실크로드 세계사』(이재황 옮김, 책과함께, 2017)를 다루었습니다. 실크로드를 중심으로 세계를 조망하는 정말 대단한 역작입니다. 과거의 세계가 아니라 오늘날의 세계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읽자마자 냉큼 아이들한테 넘겼습니다. 이런 책은 젊은이들한테 꼭 읽혀야 합니다. 시야를 열어 주니까요. 힘의 역사는 실크로드로 흐른다피터 프랭코판, 『실크로드 세계사』(이재황 옮김, 책과함께, 2017) “2000년 전, 중국산 비단옷은 카르타고와 지중해 지역의 다른 도시들에 사는 부유하고 권세 있는 사람들이 입었으며, 남부 프랑스에서 생산된 도자기가 잉글랜드와 페르시아 만 지역으로 흘러들어 갔다. 인도의 향신료와 양념이 신장의 부엌뿐 아니라 로마의 부엌에서도 사용되었다. 북부..
“무측천, 잔혹한 여인 아닌 뛰어난 정치인”(황제들의 당제국사 / 임사영 지음, 류준형 옮김/푸른역사) 서평 《문화일보》에 『황제들의 당 제국사』(푸른역사, 2016)를 서평했습니다. 어찌 보면 우리 역사와 가장 치열하게 얽혔던 이 거대한 제국의 역사를 처음부터 끝까지 들여다보는, 흥미진진한 재미가 있었습니다. 아래에 옮겨 둡니다. 신라와 동맹을 맺고 고구려와 백제를 멸망시킨 까닭에 당나라 이름은 어릴 때부터 익숙하다. 안시성 전투의 장려함, 백마강 전투의 비통함, 평양성 전투의 애절함 등이 마음에 이유 있는 증오를 일으킨다. 하지만 동양 쪽 공부를 할수록 당나라는 ‘문명의 정화’로서 동경을 가져온다.이백과 두보의 빼어난 시가 있고, 유종원과 한유의 견고한 문장이 있다. 동아시아 천년 법률인 당률(唐律)이 있고, 페르시아와 로마와 인도와 티베트와 돌궐 등의 문화를 혼융해 빚어낸 문물이 있다. 1300여 년 전,..
백가흠 장편소설 『향』(문학과지성사, 2013)을 읽다 1이번주 지하철을 오가면서 백가흠 장편소설 『향』(문학과지성사, 2013)을 읽었다. 그동안 죽음 너머를 사유하는 것이 주로 신화나 종교의 일이었다면, 이 작품과 함께 비로소 21세기 한국문학도 그 영역을 넘보게 되었다. 이런 의미에서 권혁웅이 작품 해설에서 이 작품을 박상륭의 『죽음의 한 연구』에 빗대어 “죽음의 또 다른 한 연구”(253쪽)이라고 부른 것은 아주 적절하다. 죽음은 이 소설의 처음과 끝을 순환하면서 모든 언어들을 감싸고 있으며, 인물들을 행위로 이끌고 있다. 힘들게 쓴 소설이고 그런 만큼 쉽게 읽히지 않지만, 이 소설로부터 우리 문학은 심오한 형이상학 하나를 21세기에도 형상화할 수 있게 되었다. 2그러나 『향』에서 죽음은 그냥 죽음이 아니다. 대개 그 죽음은, 백가흠 소설의 오랜 탐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