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인로

(2)
[시골마을에서 한시를 읽다] 이인로(李仁老)의 천심원 벽에 부쳐서(題天尋院壁) 천심원(天尋院) 벽에 부쳐서 이인로(李仁老) 손님을 기다렸는데 손님은 아직 이르지 않았고,스님을 찾았는데 스님 역시 보이지 않네.남아 있기는 오직 숲 너머 새 한 마리,고이고이 권하시네, 술병을 들라고. 題天尋院壁 待客客未到,尋僧僧亦無.惟餘林外鳥,款款勸提壺. 지난주에 이어 이인로의 시를 읽겠습니다. 사랑에 빠진 사람은 언제, 어디서든 연인에게서 사랑할 이유를 찾아내듯이, 술꾼 역시 언제, 어디서든 술 마실 이유를 찾고야 말지요. 이 작품은 천심원(天尋院) 벽에 써 붙인 시입니다. 천심원은 고려시대 때 개성 바깥에 있던 곳입니다. 이곳에서 길 떠나는 이들을 배웅하면서 정을 나누었다고 합니다.화자는 천심원에서 홀로 술병을 기울입니다. 기다리는 손님은 아직 이르지 않았고, 천심원을 관리하는 스님 역시 자리를 ..
[시골마을에서 한시를 읽다] 이인로(李仁老)의 산에서 살다(山居) 산에서 살다(山居) 이인로(李仁老, 1152~1220) 봄이 갔어도 꽃은 아직도 피어 있고,하늘이 맑은데 골짜기는 저절로 그늘지네.두견새가 대낮에 우짖는 소리를 들으니비로소 알겠네, 사는 곳이 깊숙한 것을. 山居 春去花猶在,天晴谷自陰.杜鵑啼白晝,始覺卜居深. 이인로는 고려 중기의 시인으로 호는 쌍명재(雙明齋)인데, 가장 오래된 시화집인 『파한집(破閑集)』을 남긴 것으로 유명합니다. 10대 후반, 무신란을 피해 불문에 귀의했다가 10년 만이 스물여덟 살에 과거에 급제함으로써 벼슬살이를 시작했습니다. 급한 성미 탓에 크게 쓰이지는 못했고, 몇몇 친구들과 어울려 죽림칠현을 본받고자 시와 술을 즐기면서 살았습니다. 제목인 ‘산거(山居)’는 산속에서 산다는 뜻입니다. 무신란을 피해 골짝 깊은 곳까지 들어와서 숨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