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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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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파한 세계에서 널빤지 하나씩을 붙잡고 우리는 흔히 인생을 항해에 비유한다. 출항과 귀항, 정박과 운행, 폭풍과 잔잔함 등 항해의 여정에는 인생 전체가 압축적으로 형상화돼 있다.​ 바다는 한순간 삶을 파괴하는 무섭고 불확실한 운명을, 난파는 살면서 마주치는 끔찍한 비극들을 상징한다. 우리는 위험을 넘을 때마다 세파를 헤쳐간다고 생각하고, 쓰라린 실패와 마주치면 배가 뒤집혀 침몰하는 듯한 기분에 사로잡힌다. ​독일 철학자 한스 블루멘베르크의 『난파선과 구경꾼』(새물결 펴냄)에 따르면, 호메로스, 탈레스, 루크레티우스, 몽테뉴, 파스칼, 볼테뉴, 괴테, 쇼펜하우어, 니체 등 사유의 대가들 역시 ‘삶은 항해’라는 은유에, 특히 난파의 이미지에 사로잡혀 왔다. 호메로스가 오디세우스를 바다로 몰아넣어 무수한 난파 속에서 자신을 깨닫게 하듯, 수많은 사..
은유 은유(metaphore)는 우리의 앎을 너머(meta-)로 옮기는(perein) 언어다. ​ 우리가 무언가를 안다면, 그 바깥에는 언제나 은유가 있다. 앎이 쌓여서 새로운 앎을 만드는 게 아니다. 은유가 일으키는 신비, 은유를 통해 언표된 앎, 은유에 이끌리는 호기심이 우리의 인식을 이끈다. 인식은 은유 없이 생겨나지 않는다. 시가 있는 한 현실은 혁명 된다.
[왜 지금 글쓰기인가]감정 들여다보고 생활 돌아보고…글로 ‘지금의 나’를 즐기다 《경향신문》 글쓰기 특집에 이런저런 말을 보탰습니다. 아래에 옮겨둡니다. [왜 지금 글쓰기인가]감정 들여다보고 생활 돌아보고…글로 ‘지금의 나’를 즐기다박송이 기자 psy@kyunghyang.com 일요일 저녁 6시. 최병진씨(37)가 집을 나선다. 텔레비전에서는 얼마 남지 않은 주말을 붙잡으려는 예능 프로그램이 방송 중이다. 다가올 월요일을 앞두고 마음이 조금씩 붐비는 시간이지만 집을 나서는 최씨의 마음은 그 어느 때보다 가볍다. 최씨가 향하는 곳은 서울 행당동에 위치한 ‘하숙공방’. 매주 일요일 저녁 7시부터 10시까지 이곳에서는 글쓰기 모임이 진행된다. 서울 송파구 최씨 집에서는 50분 가까이 걸리는 곳이지만, 물리적 거리나 시간이 부담스러웠던 적은 없다. “주중에는 일을 하니까 모임에 가기 힘들잖..